"근로자위원 재추천" vs "월권" 노정갈등 폭발...최저임금위 올해 첫 파행

오지혜 2023. 6. 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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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제8차 전원회의 열었지만
위원 추천 거부에 반발한 노동계 전원 퇴장
"결격 사유 없어...정부 개입 부당" 비판
수준 논의 시작 못해...법정 시한 못 지킬 듯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근로자위원들이 노동계 추천 위원 위촉을 정부가 거부한 것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심의기한을 이틀 남긴 27일 올해 첫 파행을 맞았다. 구속된 근로자위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동계가 재추천한 인사를 정부가 거부하며 양측이 충돌했다. 정부는 불법시위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노동계는 용납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아직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한 상황이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근로자위원 추천 거부, 용납 못 해"... 최저임금위 파행

한국노총 사무총장인 류기섭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은 27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고용노동부는 전날 신규위원 추천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위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정상적인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회의 참석이 어렵다"며 7명의 근로자위원과 함께 퇴장했다. 회의는 정회 후 재개됐지만 사용자·공익 위원만 남아 1시간 남짓 논의 뒤 끝났다.

앞서 고용부는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근로자위원 해촉을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후 노총 측에 새로운 위원 추천을 요청했는데, 한국노총이 김만재 위원장을 추천하며 갈등이 재발했다. 김 위원장은 김 사무처장과 함께 농성을 하다 체포된 뒤 풀려나 수사를 받고 있다. 고용부는 노총에 "김 위원장 제청이 적합하지 않다. 새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왼쪽)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이 경직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세종=뉴시스

노동계는 정부의 대응이 월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만재 위원장이 △한국노총 최대 산별 위원장인 점 △최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노조 대표인 점 △위원 경험이 있는 점 등 결격 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류기섭 위원은 "회의 참석이 가능한 데다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수사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촉을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박희은 근로자위원도 "정부가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부당한 처사"라고 거들었다.

한국노총은 김만재 위원장 추천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향후 회의 진행 여부는 미지수다. 류기섭 위원은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해 29일 예정된 회의 참석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정부를 향해 "김 위원장을 꼭 위촉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노총이 특정인만 고수하는데, 적합한 후보자를 다시 추천하기를 기다린다"고 답해 결정을 뒤바꿀 가능성은 낮다.


안갯속 최저임금 심의...기한 못 지킬 듯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 추천 위원 위촉을 정부가 거부하자 항의하며 퇴장한 근로자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세종=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오는 29일까지인 법정 심의기한을 넘길 전망이다. 이번 회의부터 노사 간 논쟁이 가장 치열한 수준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첫 삽조차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후 법정 심의기한을 지킨 것은 9차례에 불과하다.

노사는 이날 최초요구안을 제출하면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동결(9,620원)을 요구한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이 한계 상황이란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경영자총협회 전무인 류기정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은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10.7%로 여전히 높고, 중소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외에 생산성, 소득분배 측면 등을 고려했을 때 인상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1만2,210원(26.9% 인상)을 요구한 노동계는 고물가로 인한 서민의 생활고를 강조했다. 박희은 위원은 "100대 기업 사내 유보금은 2012년에 비해 395조 원 늘었지만, 가계부채는 1,900조 원에 달하는 등 재벌은 돈잔치, 노동자 서민은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면서 "고물가로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른 상황인 만큼 (경영계가) 적정 수준의 요구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세종=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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