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인텔, MS도 뛰어드는 '양자 컴퓨터', 왜 지금 주목받는가?
[IT동아 남시현 기자]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화두는 공정 미세화다. 반도체는 규소(Si)나 비소화갈륨(GaAs)으로 만든 원판인 웨이퍼(Wafer)에 전기 회로의 선폭을 그려 넣어 만든다. 회로의 선폭은 10억 분의 1미터인 1nm(나노미터) 단위로 계산하며, 나노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생산 효율과 성능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2025년부터 2나노미터 공정의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세웠으며, 삼성전자는 27년에 1.4나노 공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양자 터널(Tunnel Effect) 효과로 인한 한계가 보이고 있다. 터널 효과는 양자역학의 입자나 파동이 일반적으로는 통과할 수 없는 물체를 통과하는 현상인데, 반도체의 선폭이 너무 얇아지면서 전자가 회로의 선폭을 통과해 전류가 누설되거나 소비 전력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현대의 반도체 기술로는 회로 내 터널 효과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공정 고도화는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이 문제를 넘어서는 시도가 바로 ‘양자 컴퓨터’다.
현대 반도체의 한계를 넘기 위한 기술, 양자 컴퓨터
양자 컴퓨터는 중첩 및 얽힘, 결잃음 등의 양자역학 효과를 활용해 연산을 처리하는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을 구분하는 1비트(bit) 단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 00, 01, 10, 11 등으로 중첩된 상태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 중첩된 단위를 큐비트(qubit)라고 한다. 큐비트가 얽힐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은 제곱으로 늘어나며, 100큐비트일 경우 2의 100제곱 상태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구글이 개발한 53큐비트 양자 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단 3분 만에 처리하는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현재 양자 컴퓨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IBM이다. IBM은 이미 210개 이상의 포춘 500대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IBM 퀀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100 큐비트 이상의 양자 컴퓨터로 기존의 컴퓨터로 할 수 없는 일에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는 양자 효용 규모에 도달했음을 발표했다. 기존의 양자 컴퓨터는 불가피하게 연산 오류가 생기고, 이를 보정하기 위해 다른 큐비트가 보조로 투입된다. 이 때문에 큐비트가 높아도 유용한 데이터를 처리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IBM은 127개의 초전도 큐비트로 구성된 IBM ‘이글’ 양자 프로세서를 활용해 자기적인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인 ‘스핀’의 동역학을 시뮬레이션해 자기장 등의 물리적 특성을 정확하게 계산했다. 기존에 개발되어 온 양자 컴퓨터가 활용하기 어려운 단순 데이터 처리 성능만 산출했던 것과 달리,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양자 유용성을 증명해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등재됐다.
최근 생성형 AI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양자 컴퓨터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는 지난 23일 ▲물리적 큐비트로 실행되는 양자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초(Foundational) ▲양자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회복탄력(Resilient) ▲ 실사용 단계로 접어드는 확장(Scale)을 포함하는 세 가지 범주의 양자 컴퓨팅 구현 단계를 소개하면서, 화학 회사가 신소재를 연구하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애저 퀀텀 엘리먼트와 양자 기술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애저 퀀텀 코파일럿을 소개했다.
애저 퀀텀 엘리먼트는 특정 화학 시뮬레이션 속도를 50만 배까지 높여 1년이 걸리는 연산을 1분으로 줄이며, 수천 개의 신소재 후보를 수천만 개로 확장할 수 있다. 애저 퀀텀 코파일럿은 과학자가 화학 및 과학 문제를 지원해 클라우드 슈퍼컴퓨팅을 활용해 기수장에서 시급한 과학 문제들을 발견하고 혁신하도록 돕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방식으로 250년이 소요될 화학 및 재료 과학 연구를 25년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인텔은 지난 6월 19일, 12큐비트 실리콘 칩인 ‘터널 폴스(Funnel Falls)’를 공개하고 양자 연구 단체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은 별도의 환경에서 구축되는 양자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반면, 인텔은 수십 년 간 쌓아온 반도체 설계 및 대량 제조 전문성을 앞세워 상용 가능한 양자 컴퓨터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덕분에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장비를 제조할 필요 없이 터널 폴스 기반의 장치로 양자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인텔은 2024년까지 터널 폴스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양자 칩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양자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술 패권으로 향하는 양자 컴퓨터
현재까지 개발된 양자 컴퓨터 기술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는 기계 학습이다. 현재 기계 학습은 데이터를 분석해 더 나은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인데, 양자 컴퓨터의 처리 능력을 활용하면 화학, 분자 연구 등에서 기존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금융이나 산업 분야에서도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고, 제약이나 화학 등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초월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인류의 진보를 앞당길 기술이면서도, 암호화 해제나 사이버 공격 등 무기화도 가능해 기술 패권두고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 정부는 2018년 국가양자주도법(the 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 NQI)을 제정해 5개 국가 연구소 및 대학 연구소 등의 기관에서 직접 양자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 산하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지난 3월에는 자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중국의 양자 컴퓨터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꺼내 들고, 5월에는 양자 컴퓨터 국제 표준 정립을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 역시 양자 컴퓨터 기술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 주도의 계획으로 양자 컴퓨터 생태계를 다져나가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10개년 양자 연구개발 계획’을 세우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논문 발표나 특허 출원 등에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016년부터 21년 사이 중국이 내놓은 양자 컴퓨터 관련 논문이 7천30건으로 미국의 5천230건을 앞선다고 집계했을 정도다.
미국은 지난 3월 양자 컴퓨터 기업에 대한 대중국 투자 금지를 검토한데 이어 주요 7개국(G7) 등에도 투자 금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지난 6월 20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유럽 기업들이 위험 국가에 투자하거나 군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해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양자 컴퓨터 기술이 개발될수록 기술 경쟁도 격화되는 양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양자역학을 부정했다. 모든 일에는 확률이 정해져 있고, 그 우연 속에서도 규칙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알랭 아스페, 존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 3인은 양자 얽힘을 통해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양자 컴퓨터와 양자 통신, 양자 암호 등이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는 게 확인됐고, IBM의 주도로 양자 컴퓨터의 효용성이 입증됐다. 수십 년의 기술 개발 끝에 양자 컴퓨터 기술이 양자도약(퀀텀 점프)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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