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득점 노린 상위권, 미적분 쏠림···올 수능 '선택과목' 최대 변수로

신중섭 기자 2023. 6. 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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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평’ 결과 분석해 보니]
역대급 불수학 불구 국어 쉬워져
고난도 문항에도 만점 되레 늘어
최고점 15점차···작년 수능보다↑
고득점 노리는 상위권 학생들은
올수능 특정 선택과목 쏠릴수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1일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 비율이 확률과통계 선택 비율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형 수능 도입으로 ‘공통+선택과목’ 체제가 적용된 2022학년도 수능 이후 처음이다. 입시 관계자들은 앞으로 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질 경우 특정 선택과목 집중 현상이 더 짙어지고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7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에게 부여되는 점수)이 국어 영역은 136점, 수학 151점으로 지난해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보다 각각 2점, 6점씩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난도가 높을수록 표준점수 최고점 역시 상승한다. 이를 토대로 분석하면 국어는 6월 모의평가 기준으로 최근 8년 새 가장 쉽게 출제됐고 수학은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두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15점으로 지난해 수능 11점보다 더 벌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수학에서 유리한 이과생이 인문 계열 대학으로 대거 교차 지원하는 ‘문과 침공’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6월 모의평가는 교육부 대입 국장 경질과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평가원장 사임 등을 불러일으킨 ‘사교육 카르텔 논란’의 발단이 된 시험이다.

국어·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통합형 수능은 본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선택과목을 택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상위권 수험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일수록 표준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구조 때문에 국어 ‘언어와 매체’와 수학 ‘미적분’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날 입시 업계 발표에 따르면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미적분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 확률과통계는 143점으로 8점 차를 기록했다. 이는 2022학년도 통합 수능 시행 이래 모의고사·수능을 통틀어 가장 큰 점수 차다. 국어는 언어와매체가 136점으로 화법과 작문(132점)보다 4점 높게 나왔다.

미적분 선택 비율도 처음으로 확률과통계를 앞질렀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 비율은 6월 평가원 기준으로 2022학년도 37.1%에서 올해 48.5%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확률과통계 선택 비율은 55.4%에서 47.8%로 줄었다.

국어의 선택과목별 응시자 비율은 ‘화법과 작문’이 59.2%, ‘언어와 매체’가 40.8%로 나타났다. 화법과 작문 선택 비율도 수능 및 6월 모의평가를 통틀어 처음으로 50%대로 내려앉았다.

입시 업계에서는 교육부 발표대로 올 수능부터 ‘킬러 문항’이 배제될 경우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으로 분류되는 미적분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수학에 강한 이과생들이 고득점을 노리고 특정 선택과목에 몰릴 경우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고난도 문제가 배제되는 기조 변화에 따라 앞으로 미적분 집중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당장 올해 수능부터 미적분으로 옮겨가기는 어렵겠지만 내년부터는 킬러 문항 배제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킬러 문항은 선택과목이 아닌 공통 문항으로도 출제되는 만큼 올해 수능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킬러 문항 출제에도 만점자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 동점자는 59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149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교육부는 이번 시험에서 비문학 1문제, 문학 1문제를 킬러 문항이라고 지목했다. 수학 만점자는 지난해 6월 모의평가 13명에서 올해 648명으로 늘었으나 지난해 수능(934명)과 비교해서는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교육부는 전날 공통과목의 21번과 22번, 선택과목 ‘미적분’ 30번 등 세 문제를 킬러 문항으로 지목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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