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추천 ‘1950 미중전쟁’ 두고 국민의힘이 총공격 나선 이유는?

정대연·문광호 기자 2023. 6. 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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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을 ‘국제전’으로 바라본 책
문재인 정부·민주당 ‘종북’으로 몰아
윤 정부 대북·대중 정책 차별성 강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날 낮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이 73년 전 벌어진 6·25전쟁을 국제전으로 바라본 책을 추천한 것을 두고 여권이 연일 총공세를 펴고 있다. 6·25전쟁에 대한 북한과 김일성 책임을 희석시킨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종북’으로 몰아 윤석열 정부 대북·대중국 정책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명의 KBS 다큐멘터리를 엮어 2년 전 발간된 책 <1950 미중전쟁-한국전쟁, 양강 구도의 전초전>를 추천하면서 “(이 책은)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며 “전쟁의 시원부터 정전협정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힘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에 작용한 국제적인 힘이 바로 대한민국의 숙명 같은 지정학적 조건”이라며 “이 지정학적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전략”이라고 했다. 6·25전쟁의 국제적·지정학적 성격을 강조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대미편중외교를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종북적 시각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2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은) 마치 6·25전쟁을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그렇다고 북한의 책임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적을 적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남침을 남침이라 얘기하지 못하는 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25일 SNS를 통해 “북한의 책임과 전쟁범죄를 한사코 감싸고 덮어주려는 친북·종북적 사관을 주장하는 허무맹랑한 자들이 한때 대한민국의 정권을 잡고 종속적이고 굴욕적인 대북관계로 일관하며 ‘가짜 평화쇼’에 올인했다”고 밝혔다. 윤희석 대변인은 지난 26일 논평에서 “군 통수권자였던 이의 인식이 잘못돼 있었던 탓에 북한의 온갖 도발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까지 엮어서 비판한 것이다.

비윤석열계도 이번 사안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김웅 의원은 이날 SNS에 “임진왜란은 ‘1592년 왜중전쟁’이냐”며 “학교폭력을 입시 탓하며 빠져나가는 가해자의 궤변 같다”고 썼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SNS에서 “‘광주사태’라는 말을 ‘5·18민주화운동’으로 바꾸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정치적 의미가 컸던 것처럼, 김일성의 기획된 전쟁도발을 ‘국제관계 속에서의 산물’ 정도로 미화시켜주는 용어는 정치적 의미가 크고 위험하다”고 밝혔다.

야당이 윤석열 정부 외교를 ‘대미편중·대중적대’라고 비판하는 것을 반박하는 데도 이번 사안이 활용됐다. 강대식 최고위원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6·25전쟁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는 중국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재임 당시 중국의 안하무인의 외교적 결례에도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같은 날 SNS에서 “중국에 대한 굴욕외교도 블록버스터급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기지 환경영향평가 지연 등을 언급했다.

여권의 비판은 윤석열 정부가 보훈을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26일 SNS에서 최근 가게에서 반찬을 훔치다 붙잡힌 6·25전쟁 참전유공자 사례를 거론하며 “일부 지도층의 왜곡된 인식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고, 참전유공자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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