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대학로 연극했는데"..손석구x최희서, 대세가 선택한 '나무위의 군대'[종합]
[OSEN=박소영 기자] 배우 손석구와 최희서가 선택한 연극 ‘나무 위의 군대’다.
27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작품은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김용준-이도엽이 상관 캐릭터에 더블캐스팅 됐고 손석구가 신병 역을, 최희서가 여자 역을 맡았다.
민새롬 연출가는 “기가막힌 캐스팅이다. 이도엽은 상관의 믿음이 무너지는 과정을 여리고 섬세하게 유리잔이 균열되는 것처럼 표현하더라. 김용준 배우는 커다란 뚝배기가 깨지는 느낌이다. 톤앤매너와 인물 표현 정서가 달라서 흥미로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신병은 절대적으로 누군가에게 내 삶을 투영했는데 배신감, 추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손석구는 그런 통증을 섬세하게 표현하더라. 인상적이었다. 여자는 이 이야기를 왜 봐야 하고 고통스러운 풍경을 왜 말해야 하는지 주제를 탑재한 인물이다. 여자 역의 최희서는 주제 해석력이 뛰어나다. 연출가보다 통찰력과 혜안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JTBC ‘나의 해방일지’와 영화 ‘범죄도시2’의 쌍끌이 흥행을 이끌고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 캐스팅 된 손석구가 연극 무대로 돌아와 화제를 모았던 바다. 신병은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입대해 처음 전쟁을 겪는 인물이다. 손석구는 오랜만에 무대 연기를 택해 더 가까이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드라마 ‘지정생존자 60일’ 찍을 때 민정수석으로 나온 이도엽 배우와 붙는 신이 많아서 연극도 많이 보러 갔다. 배우들은 똑같다. 다른 배우들 연기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시도는 계속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안 됐다. 그러다 이도엽 배우와 박용호 대표에게 대본을 받았다. ‘나무 위의 군대’가 좋았다. 현 시대 땅에 붙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특히 손석구는 "간만에 다시 연극을 하게 돼 많은 질문을 받는다. 매체 연기랑 무대 연기가 뭐가 다른지, 뭐가 달라야 하는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 다만 신병 캐릭터는 여태까지 해온 캐릭터랑 다르다. 정서적으로 맑고 연령적으로 순수하니까. 그 괴리가 클 뿐이다. 나처럼 때묻은 사람이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지 매체가 달라진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런 손석구의 추천을 받아 합류하게 된 최희서는 “9년 전 대학로 소극장에서 손석구와 같이 작품을 했다. 연극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100만 원씩 꺼내서 대관해 5일간 연극 했다. 이후 각자의 일로 바빠졌는데 손석구 배우가 여자 역할이 있다고 연락을 줬다. 재밌게 글을 읽었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함께 하게 됐다.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최희서는 상관과 신병의 곁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 여자 역을 맡았다. 그는 “여자는 중간중간 이야기의 흐름을 알려주고 캐릭터 상태를 설명하는 해설자이자 나무의 혼령이기도 하다. 내레이션도 내레이션이지만 무대에 어떻게 서 있는가도 중요했다.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움직임과 제스츄어를 활용했다. 나무의 혼령이니까 초인간적인 형태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많은 걸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쟁 경험이 풍부하고, 대의명분이 중요한 상관 역에 이도엽과 김용준이 더블캐스팅 됐다. 이도엽은 “제가 91학번인데 졸업 공연 연습하는 것처럼 온갖 것을 다 쏟아부으며 연습했다. 사실 제가 공황이 왔다. 이 작품은 너무 하고 싶었는데 혼자는 어려울 것 같더라. 일주일 내내 하는 건 심정적으로 불안하다고 했다. 좋은 분과 더블 캐스팅을 하게 되는 걸 양해해 달라 했다. 김용준 배우랑 더블로 하게 됐다. 매일 매일 나무 위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지금은 괜찮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과 함께 원캐스트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손석구는 “이도엽 상관과 김용준 상관은 다르다. 다른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맞춰서 하고 있다. 그날 그날 다르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뭘 다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다르게 하고 있다. 너무 많이 다르면 얘기를 해서 간극을 좁힌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생소하면서도 재밌다. 유리잔 이도엽 배우와 뚝배기 김용준 배우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이 작품을 위해 5개월간 피 땀 눈물을 흘렸다. 그 결과 지난 20일 첫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가 이어졌으며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배우들의 명연기는 물론 실제 병사들이 2년간 숨어서 지냈던 거대한 나무를 구현한 세트와 나무 기둥 뒤로 보이는 거대한 달 등 신비롭고 아름다운 무대 장치도 한몫했다.
손석구는 “관객들이 ‘이거 내 얘기다’ 하면서 보길 바란다. 나무 위에서 2년간 있던 이들이 왜 답답한지 저한테는 아빠와 가졌던 관계가 그렇다. 이해가 안 되지만 무조건 따르라는 건 힘든 일이다. 그걸 나무 위에서 2년간 한다면 살의까지 느끼지 않을까. 가족, 직장 어디에 다 있을 거라 본다. 믿음으로 인해 썩어들어가는 옳다고 믿으니까 싸울 수도 없는. 그래서 너무 재밌었다. 여태껏 매체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주제인데 어디에나 있는 주제”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들이 선택한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8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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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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