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3월 ‘킬러문항 배제’ 지시 증거 있나”···이주호 “구두로 공정수능 지시”

문광호·이두리·김윤나영 기자 2023. 6. 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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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방향 발언이 즉흥 지시라는 비판에 대해 “지난 3월에도 지시가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공정한 수능과 수능이 반드시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으로 출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증거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대통령이 구두로 말씀을 하셨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교육 강화 측면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이 부총리를 옹호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에 대통령께서 지시를 했다고 했는데 ‘수능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했나”라고 묻자 “아니다. 기본원칙, 공정 수능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이 부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시점에 대해 “3월22일이 제가 직접 보고한 날이고 그때 (대통령이) 지시를 하셨고 그전에는 3월8일 유선 통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규 교육부 기조실장은 “당시 메모한 직원의 글을 보면 3월8일 (윤 대통령의 이 부총리에 대한) 지시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도록 수능을 개선하라’ ‘수능을 교육 과정 내에서 출제하라’ ‘학교 내에서 커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내년도, 24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할 방안을 포함해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가 됐고, 3월22일에는 부총리님께서 대통령 대면보고와 관련해서 구두 지시를 받고 동일한 내용을 저희가 지시받은 걸로 메모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보고를 드릴 때 6월 모의고사에서 안타깝게도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공정 수능이 잘 실시가 안 돼서 제가 국장(경질)을 인사 추진을 했다”며 “6월 모의고사에서 ‘불수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전혀 이게 공정한 쪽으로 변화했다는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경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수능(6월 모의평가) 출제 위원의 제보가 왔었다”며 “출제 중간 ‘문항별 정답률 최소 10% 이상을 맞추라’는 지시가 구두로 내려왔다고 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즉흥적이었다며 지시가 이뤄진 배경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강득구 의원은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수능 메시지를 직접 낸 게 적절했나”라며 “대입 입학전형 계획은 법적으로 해당 입학연도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전까지 공표해야 된다. 대통령 말 한마디면 4년 예고제는 필요 없나”라고 질타했다.

야당은 킬러 문항 배제 지시도 예정에 없던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도 킬러 문항에 반대하지 않았느냐는데 전적으로 틀렸다. 민주당만 킬러문항 금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왔다”며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킬러 문항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2022년,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킬러 문항의 ‘킬’ 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월에 대통령이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가(를) 교육부에 질의했는데 교육부에서 온 답변은 ‘등록된 자료가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 출신인 강민정 의원은 여권 인사들이 윤 대통령을 대입 전문가 등으로 치켜세운 것에 대해 “교육의 전문성이라는 말 자체를 굉장히 희화화시키는 것”이라며 “전국에 있는 50만 교사들에게 엄청나게 자괴감을 주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4년 예고제는 제도적인 것이고, 대통령 말씀은 원칙에 관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상당히 놀랄 만큼 (교육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이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측면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경희 의원은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끌어내서 고가의 사교육비를 지불하게 만들고 결국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든다”며 “킬러 문항이 없으면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만들어낸 궤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대학입시제도에 뭔가 큰 변화를 주겠다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를 풀도록 강요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구조를 없애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정치권이 존재하지 않는 혼란을 생성하거나 미미한 것을 침소봉대해서 증폭시키는 것이야말로 비교육”이라고 말했다.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오류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의 비판이 나왔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4세대 나이스의 응용소프트웨어 업체는 지난 6월7일자로 부정당 업자로 제재 처분을 받고 권리가 제한됐다”며 “4세대 나이스와 계약을 체결한 2022년 7월 이전에 이미 국방부 품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계약 해지를 당하고 소송전에 휘말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4세대 나이스 개통 전에 교원단체가 개통 연기를 요구했었지만 교육부는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개통을 강행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오류로 현장에 많은 불편함을 미친 점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문제를 해결한 후에 (책임질지 여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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