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국민연금 출구전략
일본 증시가 뜨겁다. 33년래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누가 돈을 가장 많이 벌었을까. 일본은행이다. 기업의 당기순익에 해당하는 일본은행의 이익잉여금은 작년(3월 결산)에 사상 처음으로 2조엔(약 18조원)을 넘어섰다. 주식 거래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이 컸다.
일본은행은 결산보고서를 통해 올 3월 말 현재 시세로 총 53조엔의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밝힌 평가 차익이 16조엔이다. 이후 일본 증시는 더 달아올랐다. 민간 연구소 등에선 현재 일본은행의 보유 주식 가치는 57조엔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코스피에 해당하는 도쿄 증시 프라임시장(1834개사 상장) 전체 시가총액의 7.5%를 넘어선 수준이다.
주식 투자로 큰 성과를 냈는데 걱정하는 사람만 늘고 있다.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첫 기자회견부터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틈만 나면 팔겠다고 말을 한다. 그때마다 일본 증시는 예외 없이 급락하고 있다. 일본 증시 최대 위험 요인이 일본은행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앙은행이 자국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는 주요국 중에선 일본뿐이다. 증시 부양을 원했던 정치권의 압박이 주식 투자 급증의 한 이유로 꼽힌다. 몇 년 전부터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았고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진척은 없었다. 시장의 7%를 차지한 일본은행이 매도에 나서면 주가 폭락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에다 총재 발언 때마다 시장이 고꾸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출구전략 실행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에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라는 개인투자자들과 정치권의 주문이 쏟아진다. 선거를 앞두면 요구는 더 거칠고 공격적이 된다. 국민연금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최근 중기 재정전망에서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출이 많아지는 시점을 2027년으로 예상했다. 4년 뒤다. 이젠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릴 때가 아니라 출구전략을 짜야 할 때다. 이미 늦었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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