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보다 독한 ‘6개 핵종’ 섞인 오염수…“일본 선의만 믿는 처지”

이정호 기자 2023. 6. 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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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오염수 방류 분석 막바지”
일부 오염수에 ‘6개 핵종’ 포함
일각선 “일본 검증할 길 없어”
일본 도쿄전력 직원이 지난 26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해양 방류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오염수를 정화했는데도 6개 핵종이 기준치를 넘겨 섞여 나온 사실이 확인됐다. 스트론튬이나 세슘이 포함된 6개 핵종은 일본이 “큰 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삼중수소보다도 더 독성물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방류를 밀어붙이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제어할 능력이 있는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의 허가 없이는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에 접근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하다. 특히 오염수의 독성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시료를 독자적으로 채취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릴 기술적 능력을 지녔는지조차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고, 국내 일각에서 지지하는 ‘안전한 해양 방류’는 애초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론튬 등 포함…‘제도적 제동장치’ 없어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일일브리핑에 나와 “후쿠시마 원전 주변 저장탱크 안에 보관된 오염수 가운데 70%는 방사능 기준치를 넘고 있다”며 “여기에는 6개 핵종이 기준치 이상 존재한다”고 밝혔다. 6개 핵종은 스트론륨-90, 루테늄-106, 아이오딘-129, 안티모니-125, 세슘-134, 세슘-137이다.

유 위원장은 “지난 5월 말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전문가 현장 시찰 이후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 기술 검토팀이 오염수와 관련한 일본의 계획을 과학적·기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 분석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핵종은 일본이 “독성이 크지 않아 희석해 버리면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삼중수소보다 독한 성질의 방사성 물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태도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일본 정부가 저장 중인 오염수 안에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할 방사능 물질이 섞여 있는데도 실제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때 한국 정부가 안전성을 평가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번 원안위 발표도 한국 정부 방문단이 채취한 시료가 아니라, 일본 측이 준 자료만 들여다본 결과다.

‘일본 정부가 향후 배출 기준을 준수하는지 검증할 방법이 있느냐’는 언론 질문에 유 위원장은 “어떤 설비든 100% 신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성능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가 없이 접근 불가능

그러나 이런 설명과는 달리 한국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알프스에 자유롭게 접근해서 설비를 살펴보거나 확인할 수 없다. 지난 5월 한국 원자력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이 알프스 설비라도 살펴본 건 일본 정부의 허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오염수 시료를 독자적으로 채취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알프스를 잘 돌리고 있는지, 알프스에서 나온 오염수가 기준치를 넘는지, 안 넘는지를 한국 차원에서 직접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현재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오염수를 잘 정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일본의 ‘선의’를 믿겠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국 정부가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그리고 일본 정부의 입장과 결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정화 능력 의구심

또 기술적으로 봐도 방사능 기준치를 넘는 70% 오염수를 알프스에 여러 차례 다시 통과시키는 ‘재정화’ 작업을 해 기준치 이하로 맞추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재정화 대상 오염수는 현재 약 90만t에 이른다.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오염수 정보공개 웹사이트 영문판인 ‘트리티드 워터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2020년 9월 재정화 시험을 했다. 당시 도쿄전력은 방사능이 기준치보다 각각 2406배, 387배인 오염수를 각 1000t씩 채취했다.

재정화 작업 결과, 기준치보다 방사능이 2406배 높았던 오염수는 기준치의 0.35배로, 387배 높았던 오염수는 0.22배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때 재정화에 성공한 오염수(총 2000t)는 전체 재정화 대상 오염수의 45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은 다시 재정화 작업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재정화를 위한 기술적인 노하우가 크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애초 오염수를 확실하게 걸러 바다에 안전하게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소장은 “알프스는 경제성도, 성능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장비”라며 “일본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보겠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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