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다 찾아낸다” 문신 사진 보내며 직원 협박…보험사기 일당 42명 검거[사건 Zoom In]

주현우 기자 2023. 6. 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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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로 가족들 다 찾아내기 전에 전화해라."올해 2월 새벽 1시경 보험사 직원 유모 씨(55)는 20대 남성 A 씨로부터 상반신을 문신으로 뒤덮은 사진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얼마 전 A 씨의 보험사기를 의심한 유 씨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 일당은 2019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직접 소유한 고급 외제차, 렌터카 등을 이용해 50차례에 걸쳐 보험사기를 벌여 보험금 4억4000여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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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를 의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보험사 직원에게 A 씨가 보내온 A 씨의 문신 사진. A 씨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공갈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보험사 직원 유모 씨 제공

“흥신소로 가족들 다 찾아내기 전에 전화해라.”

올해 2월 새벽 1시경 보험사 직원 유모 씨(55)는 20대 남성 A 씨로부터 상반신을 문신으로 뒤덮은 사진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얼마 전 A 씨의 보험사기를 의심한 유 씨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문신 사진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벽까지 50여 차례 전화를 걸어 유 씨를 협박했다.

전직 형사 출신인 유 씨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사건이 반복됐고, 접수된 사고 차량에서 과거 사고 흔적이 발견되는 등 수상한 정황을 발견해 수사를 의뢰했다”며 “A 씨에게 협박받은 몇 주 동안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공갈 등 혐의로 A 씨 등 2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공범 5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나머지 일당 35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A 씨 일당은 2019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직접 소유한 고급 외제차, 렌터카 등을 이용해 50차례에 걸쳐 보험사기를 벌여 보험금 4억4000여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42명은 경기 광주·성남 지역 선후배 사이로 모두 20대로 조사됐다.

올해 4월 경기 군포시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A 씨 일당이 주차 규정을 위반한 차량과 고의로 충돌하는 모습. 경기 광주경찰서 제공
A 씨 일당은 이 기간에 2억 원을 웃도는 고가의 외제차를 동원해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노려 일부러 사고를 내거나, 지인과 공모해 가짜로 사고를 낸 뒤 허위 신고를 하는 등 반복적으로 보험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심지어 이들은 차량에 탑승하지 않은 사람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명단에 끼워 넣었다. 형사 합의금 지급 조건이 있는 보험사에는 사고 합의금을 부풀린 허위 합의서를 제출해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일당이 주로 ‘미수선 수리비’ 보험 제도를 악용해 수천만 원씩 보험금을 타낸 사실도 드러났다. 미수선 수리비는 정식 수리센터가 아닌 값이 더 싼 일반 공업소에서 수리받는 조건으로 약정된 보험료 중 일부만 현금으로 받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색상을 페인트로 조합해 차량을 도장한 뒤 사고를 내는 수법을 썼다. 정식 수리센터에서는 원상복구가 어렵다는 점을 노려 일반 공업소에서 수리받도록 유도한 뒤 손쉽게 현금을 손에 넣은 것이다.

2019년 A 씨 일당에게 보험 사기를 당해 대물 및 대인변제 비용으로만 1400여만 원을 날린 김모 씨(47)는 “사기라는 확신이 들어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도 찾아봤지만 두 달 넘게 절차가 이어지는 데 지쳐서 결국 합의해줬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A 씨 등 일당 중 일부가 범죄 자금을 액상 대마, 필로폰 등 마약 구매에 사용했다는 진술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과거에 마약을 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모발 채취 등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보험수가를 상승시켜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에 피해를 주는 범죄”라며 “고의 사고로 의심되는 경우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저장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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