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보호" vs "양육 포기 부추겨"...'보호출산제' 처리 불발

차현아 기자 2023. 6. 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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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의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산모들이 병원 밖 위험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막아 임산부와 신생아를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않아서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나 미성년자 임산부 등 사회적·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해당 아기를 보호하고 보육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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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한 켠에 '보호출산에 관한 븍별법안' 등 법안들이 놓여 있다. 2023.06.27.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의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산모들이 병원 밖 위험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막아 임산부와 신생아를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않아서다. 국회는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7일 오전부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 과 '위기 임산부 및 아동 보호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나 미성년자 임산부 등 사회적·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해당 아기를 보호하고 보육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원에서 출산한 영아를 살해한 뒤 자택 냉장고에 보관한 30대 여성이 영아 살해 혐의로 구속되는 등 영아유기와 살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보호출산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에 출생신고의 의무를 지우는 내용인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해 이른바 '유령 아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출생통보제는 오는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여야 간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집이나 화장실 등에서 출산한 경우는 아예 기록조차 찾을 수 없다"라며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이 더욱 많아질 수 있어 보호출산제는 반드시 출생통보제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소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가족 양육이 어려우면 익명으로라도 출산할 기회를 줘서 아기도 보호하고 임산부 건강도 지키자는 것이 제가 발의한 보호출산제의 취지"라며 "추후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아동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법에 마련돼 있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보호출산제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위 소속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출산제'의 순기능의 극대화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쟁점에 대한 충분한 숙의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시적이고 미미한 위기 임신, 출산 정책을 전면 검토하고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게 산모 신분을 보호한다고 해도 영아 유기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라며 "찬성과 반대 입장이 있어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소위원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허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비대면 진료법) 논의도 진행됐으나, 이날 결론을 내지 않고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법안에서 규정하는 비대면 진료 대상 의료기관과 환자 등 규정 관련 의원들의 수정 요구를 종합한 뒤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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