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내역 내라" "안 낸다"···국회 윤리특위 '허점' 파고든 김남국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와 김남국 의원(무소속)이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거래내역 제출 문제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자문위 측이 징계안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거래내역이 꼭 필요하다며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김 의원 측은 "징계안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요구"라며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 조사 권한이 없는 윤리특위 자문위 활동의 한계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의원 측은 27일 국회 출입기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가상자산) 전체 거래내역을 모두 다 보겠다는 것은 징계안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일로써 일반적인 징계 절차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윤리위에 출석해서도 같은 취지로 말씀드렸고 민주당 탈당 이후에도 당이 요청하는 경우 얼마든지 제출할 수 있다고 알렸다. 숨길 것이 없단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 때 수 십억원 규모의 코인을 보유, 국회 회의 중 매매했다는 논란 속 지난 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여야는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고 윤리특위는 지난달 30일 징계안을 상정, 이를 자문위로 회부했다. 자문위는 회부된 징계안에 대한 의견을 30일 이내 제출해야 해 이르면 전날인 지난 26일 결론지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논의 시한을 연장키로 했다. 김 의원 측으로부터의 거래내역 미제출이 원인이었다.
전날 유재풍 자문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본래 오늘 결론을 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김 의원이) 거래 내역도 내지 않아서 (결론을 내기가 어려웠다)"라며 "김 의원에게 일단은 추가 거래내역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필요한 자료가 전체 거래 내역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거래내역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지난번에 요청을 했지만 김 의원이 여러 가지 사유로 내지 않았다"고 했다.
윤리특위에서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수위가 낮은 순서대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가지다. 이 중 출석정지나 제명은 중징계로 여겨진다.
김 의원이 상임위원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등 국회 의정활동 중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코인 거래를 했는지는 어떤 징계를 내릴지 판단하는데 중요 요인인 만큼 자문위원들은 결론을 내리기 전 거래내역을 반드시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충돌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도 정확한 코인의 종류, 확보 시점 등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는 게 자문위 측 설명이다.
김 의원은 최근 국회법 개정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21대 국회의원 전원이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을 자문위에 등록하도록 돼 있고 이 내용도 자문위원들이 볼 수 있는 만큼, 해당 내용은 신고하되 자문위의 별도 요청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단, 국회법에 따라 내야하는 거래내역의 기간은 21대 국회 임기 개시일인 2020년 5월30일부터 2023년5월31일까지인데 현재 김 의원 징계안을 심사 중인 자문위가 필요로 하는 김 의원 코인 거래내역 기간이 이 기간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문위 한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그동안 수 차례 회의를 통해 최대한 신속히 징계안에 대해 결론내리려 했었다"면서도 "신중을 기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안인만큼 거래내역을 보지 않고는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보니 법에서 정한 시한(30일)만큼 활동 기한 연장을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자문위에 거래내역을 제출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권한이 현재 자문위에는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윤리특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유 위원장도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는 원래 조사 기능이 없고 심의기능만 있다"라며 "조사권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최대한 김 의원에게 추가자료를 내라고 요청했었다"고 했다. 즉, 거래내역과 같은 김 의원 징계안 판단에 중요한 자료조차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징계안 권고를 내리는 것이 '어불성설'이 아니겠냐는 뜻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윤리특위는 의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에 자문위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이 경우 윤리특위는 자문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징계안이 일단 윤리특위에 상정되면 자문위로 보내져 심사토록 돼 있다"며 "자문위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만큼 특위 최종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지만 정작 자문위에는 조사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 윤리특위 관련 제도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국회의원의 이해충돌방지를 위해 이를 관리감독하고 위반시 공정·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절차를 제도화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는 '주요국 의회 이해충돌 심사기구의 구성 및 운영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영국이 의원의 이해충돌심사를 소관으로 하는 윤리위원회가 상설화돼 있다는 점, 캐나다와 프랑스는 윤리감찰관이 별도로 있어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 특히 영국과 캐나다 하원은 이해충돌규범 위반 조사과정에서 해당 의원에 대해 출석요구권과 자료제출요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단 점 등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윤리특위 제도 개선 및 권한 강화를 위한 다수 법안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윤리특위에 윤리조사위원회를 신설해 전문성을 확보하자는 내용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같은해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장 소속 독립기관인 국회의원윤리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윤리조사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공교롭게도 김남국 의원도 올해 4월 윤리특위를 상설특위로 규정, 그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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