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여성화가의 길 구축”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사계’ 中]

김보람 기자 2023. 6.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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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자화상, 1928, 수원시립미술관 소장

 

경기도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는 1927~2010년 일제강점기, 6·25전쟁, 분단, 민주화 운동 등 격동의 근현대 시기를 거친 예술가들이 남긴 대표작을 선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이건희컬렉션 중 여성 작가의 작품만을 별도의 공간에 모아 다른 이건희컬렉션 전시와의 차별화를 꾀한 점이다. 남성중심의 화단에서 고군분투했던 여성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또 하나의 계절’은 최초의 여성화가인 나혜석,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정숙, 여성의 관점에서 조형성을 탐구한 박래현과 천경자 등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총 16점의 작품 중 이건희컬렉션은 4점이며, 나머지는 수원시립미술관·리움미술관 등의 소장 작품이다.

천경자, 누가 울어2, 1989,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서울특별시

전시실에 들어서면 천경자의 ‘누가 울어2’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경자는 채색화로 독보적인 화풍을 구축한 작가로, 화려하면서도 초현실적인 세계를 담아냈다. 1969년부터 세계 각국을 여행하기 시작한 천경자는 미국 중서부를 여행한 뒤 ‘누가 울어2’를 완성했다. 카드, 강아지, 코끼리 등이 어우러져 신비한 모습을 띄면서도 전라의 여성의 눈빛과 코끼리에 앉아 울고 있는 듯한 여성의 모습에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고독했던 그의 정서가 베어있다.

김정숙, 비상, 198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955년 미국에서 추상 조각을 공부한 김정숙은 유기적이고 단순한 추상 형상의 작품을 선보였다. 새의 날개를 단순화해 비상의 본질에 닿으려고 한 작품 ‘비상’, 숭고한 사랑을 표현한 ‘키스’, 마광기법을 통해 표면을 완벽하리만큼 매끄럽게 처리한 ‘제목 없음’ 등 작품 3점을 통해 단순하고 상징적이며 완벽주의적으로 변모해 간 작가의 여정을 살필 수 있다. 이 외 나혜석의 ‘자화상’과 박래현의 ‘작품11’ 등도 볼 수 있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조화로운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준다. 도미술관은 ‘자연으로부터’ 구간을 통해 자연을 소재로 독자적인 화법을 찾아간 예술가들을 조명했다. 총 16점의 작품 중 이건희컬렉션은 13점이 있다.

변관식은 자연의 장대함을 부각하는 동시에 인물을 등장시켜 작품 속 풍경을 실제 유람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강촌추색’은 가을빛이 완연한 서정적 분위기에 변관식 특유의 표현적 필묵이 조화를 이룬다. 옅은 먹에서 진한 먹으로 쌓아가듯 농담을 살린 적묵법, 작고 동그란 호초점은 그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전통 회화를 계승하면서도 근대적 화법으로 한국의 산수를 그렸다.

오지호, 여수항 풍경, 1978,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오지호의 후기 작품 중 하나인 ‘여수항 풍경’은 푸른 바다와 화려한 색을 입힌 배가 조화를 이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자연을 사랑해 그 생명력을 순수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의 구사로 화폭에 담았다. 오지호는 후기에 항구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여수항 풍경’은 붓의 터치로 바다의 물결을 표현한 표현주의적인 성향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드러나는 인상주의적 성향을 모두 살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밖에 유영국의 ‘작품’, 도상봉의 ‘개나리’ 등 자연을 모티프로 한 한국 근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관람객 A씨는 "이건희컬렉션 전시를 경기도에서 볼 수 있다고 해 시스템이 열리자 마자 예매를 하고 기대하며 기다렸다"며 "회화, 조각 등 한국근현대미술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면서도 작가 개개인의 고민과 화풍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전시였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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