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 반란’ 당시 우크라에 “반란 끼어들지 말라” 경고

선명수 기자 2023. 6. 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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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보 당국, 반란 정보 나토 차원에서 공유 안 해
“높은 수준 보안 유지···우크라에도 안 알려”
서방, 우크라에 “러 내부 문제 개입 말라” 경고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대원들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 지역에서 철수하기 전 전차를 트럭에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반란 당시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 반란에 휘말리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러시아 본토나 국경지대를 공격한다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반란군을 돕고 러시아 주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보기관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차원에서 이를 공유하지 않는 등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이 사전에 입수한 바그너 그룹의 반란 계획을 영국 등 극소수의 동맹국들과만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 정보는 미국 내에서도 최고위급 행정부 관리와 상하원 지도부 모임인 ‘8인회’(Gang of Eight)에만 보고됐다. 이는 자칫 정보가 새 나간다면 미국의 정보 획득 방법과 민감한 정보원들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23일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시작된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부 나토 관리들은 미국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보 당국은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어디에서, 어떻게 러시아 본토로 진격할지를 포함해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수집했지만, 정확히 언제 반란을 개시할지는 불확실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이 입수한 바그너 그룹의 반란 첩보는 우크라이나에도 공유되지 않았다. 양국 간 대화가 적군에 의해 도청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란 개시 후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내부 혼란을 이용해 러시아를 공격하지 말 것을 우크라이나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맹국 관리는 CNN에 “이 상황에서 배를 흔들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 메시지가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과 대사 등을 통해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반란은 러시아 내부의 문제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동맹국들로부터 상황을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되, 러시아 내부 문제에 휘말리거나 러시아 내부의 군사 자산을 공격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반란을 틈타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서방 동맹국이 바그너 반란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서방이 러시아의 주권을 위협했다’는 명분을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들은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을 포함해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대를 겨냥한 산발적인 공격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반란에 허를 찔렸고,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장악하기 전 러시아 정규군을 배치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반란 진압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있는 러시아 병력을 끌어오기를 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관리들은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장악을 시도했다면 분명히 실패했을 것이고, 이것이 러시아 정부와 타협하고 진격을 멈춘 이유라고 CNN에 말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은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까지 진격할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비상 상황을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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