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저임금위 심의 불참 선언…29일 심의시한 넘기나(종합)
회의 반쪽으로 파행…경영계 "최저임금 인상 어렵다"
(세종=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내년 적용할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정부의 노동 탄압'을 이유로 근로자위원 전원이 퇴장하면서 파행됐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까지 이틀 남은 최저임금 논의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8차 전원회의 도중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면서 심의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고용노동부가 어제 김준영 근로자위원을 대신할 신규위원 추천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위촉을 또다시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며 대화를 통한 절차에 정당성 있게 응했음에도 온당치 못한 이유와 비상식적인 노동부 행태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될 때 흉기를 휘둘러 진압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에서 해촉해달라고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 재가로 공석이 된 근로자위원 자리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는데, 노동부는 전날 한국노총에 공문을 보내 "해촉된 위원과 공동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제청하기 적합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류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어떤 외부 요인에도 지켜져야 할 최저임금위의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이 무너졌다"라며 "노동 탄압 국면 속에서 법정구속 상태인 김 사무처장의 불리한 여건을 악용해 강제 해촉한 것은 떳떳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회의 참석이 어렵다"라며 "최저임금위 참석에 대해 앞으로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라고 덧붙였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지난 회의에서 노동부의 최저임금위 운영과 심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와 관련해 항의했다"라며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인 구도에서 심의가 진행돼야 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거들었다.
모두발언 직후 근로자위원 8명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날 회의가 '반쪽짜리'로 진행됨에 따라 최저임금 논의가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올해 법정 시한은 오는 29일이다.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래로 법정 시한이 준수된 적은 9번뿐이다. 작년에는 2014년에 이어 8년 만에 시한을 지켰다.
류 사무총장은 정부세종청사를 나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는 29일 (회의 참석)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노동부 대응이라든지 해결 방안을 통해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기소 단계에 이르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만재 위원장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다"라며 김 위원장 대신 다른 인물을 추천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부위원장도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경영계에서 최저임금 동결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요구안을 제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내수 소비 활성화, 임금 불평등 해소,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보다 26.9% 인상한 시급 1만2천21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다. 월급(월 209시간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255만1천890원이다.
경영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지속된 고율 인상으로 2019년부터 (중위 임금 대비) 60%를 초과하고 있다"라며 "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G7(주요 7개국)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법의 네 가지 기준을 보더라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희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취업이 빈곤 타파의 핵심"이라면서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영세사업자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거나 근로자를 감원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honk0216@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타이슨 복귀전 6천만가구 시청"…시청자들 "버퍼링만 봤다" | 연합뉴스
- 모르는 20대 여성 따라가 "성매매하자"…60대 실형 | 연합뉴스
- "창문 다 깨!" 31년차 베테랑 구조팀장 판단이 52명 생명 구했다 | 연합뉴스
- 中대학생 '교내 묻지마 칼부림'에 25명 사상…"실습공장서 착취" | 연합뉴스
- 평창휴게소 주차 차량서 화재…해·공군 부사관 일가족이 진화 | 연합뉴스
- 경찰, '동덕여대 건물 침입' 20대 남성 2명 입건 | 연합뉴스
- 패혈증 환자에 장염약 줬다가 사망…의사 대법서 무죄 | 연합뉴스
- KAIST의 4족 보행로봇 '라이보' 세계 최초 마라톤 풀코스 완주 | 연합뉴스
- [샷!]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 | 연합뉴스
- 영국서 女수감자 '전자장치 착용' 조기 석방 검토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