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가는 ‘전통의 우방’ 미국과 이스라엘…네타냐후, 시진핑 만난다
취임 6개월째 네타냐후 초청 않는 미국
중국의 공격적인 중동 공략 영향
전통의 우방이었던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잇단 파열음이 나고 있다. 양측이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개편 강행을 놓고 미묘한 견해차를 드러낸 사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한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도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았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네 번째 방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 우방인 미국과 이 문제를 공유해왔다”며 이스라엘을 방문한 미국 의회 대표단에 방중 계획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제공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면서도 “중국은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의 혁신적인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다음 달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을 포함한 고위 인사를 만날 예정”이라며 “두 사람의 만남 성사를 위해 이스라엘과 중국 고위 관계자가 최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중 일정은 조율 중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에 손을 내민 배경엔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흐르는 냉랭한 기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2월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네타냐후 총리 초청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개편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초청 여부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방중은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외교 카드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중동 공략도 네타냐후 총리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14일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중인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를 얻어내자 이스라엘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 가야만 한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더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개선의 키를 중국에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중국이 지난 3월 중동 최대 라이벌인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중재한 것처럼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에도 개입해주길 바란다는 후문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이 굉장히 불쾌해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여러 차례 우려를 표한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 민간 행정 고등계획위원회는 이날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에 5600여채의 주택을 추가로 건설하는 안을 승인했다. 애초 계획보다 약 1000채 늘어난 규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행사에서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이 중동 지역의 불안을 일으킬 것이라며 자제를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서안지구 북부 제닌에선 이날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 한 발이 발사됐다. 비록 이스라엘 영토까지 도달하지 못했지만,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가 아닌 비교적 온건한 서안지구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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