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지, 보고 싶었다"…손석구가 '연극' 선택한 이유 있었다 [MD현장](종합)

2023. 6. 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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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손석구가 연극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만난다.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가 열려 신병 역의 배우 손석구, 상관 역의 배우 이도엽, 김용준, 여자 역의 배우 최희서 그리고 민새롬 연출, 박용호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나무 위의 맞물리지 않는 두 병사에게 투영해 감각적이고 솔직하게 그렸다.

전쟁 경험이 풍부한 일본 본토 출신의 상관과 오키나와 출신으로 전쟁을 처음 겪는 신병이 낮에는 적군의 야영지를 살피고 밤에는 몰래 나무 위에서 내려와 식량을 구하는 생활을 시작하지만 대의명분이 중요한 상관과 그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고 싶을 뿐인 신병이 계속해서 대립하게 된다.

상관과 신병을 통해 관객들은 갈등과 분열, 신념과 생존, 대의와 수치 등 다각적인 접근과 공감을 하게 되며, 전쟁의 무익함을 깨닫게 된다.

최근 드라마, 영화 연기에 집중해온 손석구는 연극 무대 연기와의 차이점과 차별화를 둔 지점에 대한 질문에 "저는 모르겠다. 똑같다"며 "처음 연습할 때에는 '다르게 해야 되나' 생각도 하다가 그런 생각도 잘 안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손석구는 특유의 여유 넘치는 말투로 "그냥 똑같아요.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제가 연극을 할 때, 서른 살 초반에 마지막으로 연극을 했다. 원래 연극만 하려고 했다. 매체는 생각도 없었다"는 손석구는 영화, 드라마로 옮겨가 활동하다가 "다시 연극을 하면서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으로 다시 왔을 때 되는지' 저는 보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손석구는 "연극을 위해 연기 스타일을 바꾼다면 제가 연극을 하는 목적 중 하나를 배신하는 거라서 똑같이 한다. 라이브 관객이 있다고 하지만, 촬영장에서도 감독님들이 반응하는 게 비슷하다"고 했다.

"간만에 다시 연극하면서 보니까, 잘 안들리는 구간이 있으면 마이크로 하면 된다. 안 들릴 수도 있다. 그러니까 연습하면서 한다"고도 밝힌 손석구는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가)어떻게 다른지 많은 질문을 받지만,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뭐가 달라야 하는지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손석구는 "조금 다른 거라면 신병 캐릭터가 제가 여태껏 해온 역할과 다르다"고 했다.

"정서적으로 너무 맑고, 연령적으로도 순수한 사람"이라며 "그러다 보니까 그게 괴리가 커서 나처럼 때묻은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다"고 고백했다.

손석구는 실제 군 복무 당시 이라크 자이툰 부대로 파병 간 경험이 있다. 관련 질문에는 "자이툰 부대에 사병으로 있었던 경험이 도움이 된 건 없다"고 웃으며 손석구는 "사실 자이툰 부대에 있었지만, 전시 상황이었으나 시대, 배경이 ('나무 위의 군대'와)워낙 다르다. 제가 맡은 신병이라는 역할은 군인의 옷을 입고 있으나, 군인의 마인드나 정신이 탑재가 안되어 있는 순순한 청년에 가깝다. 제 개인적인 군대 경험이 들어올 자리는 많이 없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손석구는 신병 역을 혼자 연기하고, 상관 역은 김용준과 이도엽이 나눠서 무대에 오른다. 손석구는 "(이)도엽이 형이 상관을 할 때와 (김)용준이 형이 상관을 할 때, 거의 사실 다른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며 "저는 거기에 맞춰서 연기한다"고 했다. "음식도 궁합이 있는 것처럼 다르고, 그날 그날 다르다. 지금은 익숙해졌다"며 "제가 뭘 다르게 (연기)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다르게는 하고 있다. 근데 너무 많이 다를 때에는 얘기를 해서 좁힐 때도 있다.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손석구와 최희서는 9년 전 함께 돈을 모아 연극을 했던 각별한 인연이다.

"저희의 만남은 우연은 아니"라는 최희서는 "9년 전에 대학로 외곽의 소극장에서 한 작품을 했다. 그때도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각자 100만 원씩 통장에서 꺼내서 대관료로 5일 정도 밖에 공연을 못했다"며 이후 "둘 다 각자의 길로 바쁘면서 가끔 만나서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

그러면서 최희서는 손석구가 "여자 역할이 있다고 연락을 줬다"며 "대본을 읽었는데 재미와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이번에도 함께하게 되었다. 그때는 불과 50석 정도 있던 소극장에서 했는데, 9년 만에 LG아트센터라는 어마어마한 공연장에서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하게 되어서 매번 연습올 때마다 감사하며 공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최희서는 자신의 '여자' 역할에 대해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아우른다"며 "중간중간 흐름을 알려주고, 신병과 상관의 상태를 알려주는, 쉽게 보면 해설자이지만, 해설자 이상의 나무의 혼령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새롬 연출은 드라마, 영화 작품이 더 잦았던 배우 손석구, 최희서와의 작업 소감으로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에 대해 다들 느끼는 바 있겠으나, 같은 예술을 다루는 작업이며, 진짜 사람을 찾아가는 작업에서 닮았다고 생각한다"며 "매체 연기를 많이 해본 손석구, 최희서를 만나면서 무대 연기에서 접근하지 않는 세세하고 미시적인 시각들, 장면 안에서의 심리적 변화나 국면, 동선에 대한 접근이 굉장히 무대 연기에 익숙한 연출에게 촘촘하고 새롭게 다가왔다"며 자신에게도 새로운 학습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나무 위의 군대'는 일본 문학의 거장, 작가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한 작품으로 2013년 4월 5일 일본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 코쿤에서 초연돼 일본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연극 '온 더 비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아들 Le Fils', '크리스천스', '나의 엘레닌', '요정의 왕' 등을 통해 감성적이면서도 치밀한 텍스트 해석으로 작품 속 서사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민새롬 연출이 '나무 위의 군대' 연출도 맡았다. 박용호 프로듀서는 "연극은 하루하루 살아있는 극이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어 함께 호흡하고 웃고 즐기면서 편안하게 감상하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특히 손석구는 관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를 소망했다. 신병과 상관의 "관계에서 무엇이 남는가 했을 때 '왜 답답하느냐'였다"고 했다.

상관을 향한 신병의 강인한 믿음에서 오는 갈등과 분노 등 역설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손석구는 "제가 아빠와 가졌던 관계다. 밤 10시에는 자야 하고 TV 소리는 7이상으로 켜면 안되고, 이해는 안되지만 믿고 따른다"는 것. 그러면서 "그 생활을 나무에 갇혀 2년까지 갔을 때에는 살의까지 간다는 게 재미있었다. 직장 등에서 누군가와는 이런 경험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억지로 믿어야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 있다. 왜 저래야 하는지 의문이 있겠으나, 그 믿음이 더 클 때는 그냥 따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손석구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족과 학교에도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계급이 있고 능력치가 다르면 충돌이 올 텐데, 그게 불협화음이 아니라 믿음으로 인해서 썩어 들어간다"며 "싸우는 거라면 토해내면 되는데, 신념과 믿음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옳기 때문에 싸울 수도 없고 병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도 다루는 걸 본 적이 없는 주제였다. 그러나 어디에나 있다. 제가 상관에게 답답했던 부분이 저 사람 말을 믿고 따르면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있지만 믿는데 이해가 안 가기 때문에 오는 답답함이었다"고 자신이 받아들인 '나무 위의 군대'의 핵심 주제를 전하며 관객들에게도 닿기를 바랐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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