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포드행' 김지수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어려워도 예산 유지한 '성남 유스 정책 산물'
[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김지수만 있는 게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성남FC의 적극적 유스 정책은 이어질 것이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김지수가 브렌트포드행을 확정했다. 브렌트포드는 2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브렌트포드는 K리그2 성남에서 김지수와 4년 계약을 맺었다. 국제적인 승인을 조건으로 1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클럽의 옵션이 있다. 18세의 김지수는 이번 주 프리시즌 훈련을 위해 그의 새로운 팀 동료들과 합류할 것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김지수는 성남 유스 출신으로 15세 이하(U-15) 팀부터 함께 했고 18세 이하(U-18) 팀까지 올라간 뒤 준프로 계약을 맺어 프로팀에 합류했다. 출전 자체도 어려워 보였는데 당시 성남 수비진이 크게 흔들리면서 정경호 당시 수석코치 추천을 받아 1군에 올라왔다. 2004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하며 K리그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학업을 병행하며 하나원큐 K리그1 2022에서 19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시즌 프로 데뷔를 한 신인이지만 매 경기 긴장하는 모습 없이 본인의 장점인 정확한 패스와 특유의 침착함으로 자리를 지켰다. 토트넘 훗스퍼와의 친선전에서 K리그 올스타로 선발되며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김은중 감독 선택을 받아 20세 이하(U-20) 대표팀 주축 멤버로 활약하며 명성을 높였다.
브렌트포드가 공식 레터를 보내며 관심을 보냈고 이적까지 확정됐다. K리그2에서 유럽 빅리그로 직행한 첫번째 사례이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를 한다면 EPL 코리안리거 최초 센터백이 된다. 일단 B팀에 합류했지만 김지수는 '인터풋볼'에 "구단과 중장기적 미래를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전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큰 문제가 없으면 곧 1군으로 가 훈련을 하고 출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수 브렌트포드행은 성남 유스 정책에 분명한 성과다. 성남은 최근 구단 내외적으로 큰 문제를 겪었다. 일단 지난 시즌 강등을 당하며 K리그2로 떨어졌다. 스포츠 면보다 사회 면에 더 많이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정치적 문제에 휘말리며 고초를 겪었다. 여러 부정적 이슈 여파로 성남 전체 예산은 삭감돼 구단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럼에도 성남은 유소년 예산을 감축하지 않았다. 약 15억이나 되는 예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소년 팀들을 운영했다. 예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육성 체계를 정비하고 역량 높은 지도자 선발, 훈련 시스템 보완에 집중했다. 결과를 내기 위한 훈련보다 개인 전술과 패스, 온 더 볼, 오프 더 볼 움직임 등을 중심으로 훈련을 한다고 알려졌다.
인성도 우선시한다. 성남 12세 이하(U-12) 팀을 이끄는 조동희 감독은 과거 '인터풋볼'과 인터뷰를 통해 구단의 철학은 무엇보다 인성을 중시하는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동희 감독이 이끄는 성남 U-12 팀은 2021 경기도 꿈나무 축구대회에서 우승했고 2022 전국 초등 축구리그 꿈자람 페스티벌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2021-2022 전국 초등 축구리그 4권역 리그 1위를 했는데 무패 우승이었다.
조동희 감독은 "우리의 철학은 기본 기술의 중요성, 그리고 바른 인성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기능적으로 뛰어나도 바른 인성이 없으면 축구선수로 성장 불가능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아직 자아실현이 안 되어 있으므로 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성남 유스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무작정 결과만 바라보고 이기기 위한 훈련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함께, 확실한 목적을 앞세우면서 인성도 같이 가르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외부 스카우팅을 수시로 하면서 내부 승급율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있어 내부적으로 동기부여가 가득 차 있다는 평이다. 유스 따로, 프로 팀 따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철학을 공유하고 선수, 시스템, 훈련 등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하는 중이다. 김지수도 이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고 빠르게 데뷔해 성남에서 빛을 낸 뒤 잉글랜드로 갔다.
김지수만 있는 게 아니다. 황의조, 박태준, 김동준도 대표적으로 성남 유스 시스템 안에서 발전해 기량을 만개한 선수들이다. 2023년에 계약한 이준상, 2022년 입단한 장영기, 박지원, 양시후도 성남 스쿼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성남 성골 유스다. 2023년 덴소컵 대표로 선발된 배진우(제주국제대), 류준선(성균관대)도 기대를 가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성남 유스라 우선지명을 해놓은 상태다.
각 연령별 대표팀에도 성남 유스 출신이 있다. 김지수는 U-20 멤버였고 유민준은 17세 이하(U-17) 대표팀에 선발돼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태국 U-17 아시안컵에 합류했다. 유민준은 4강행에 힘을 실었고 변성환호는 U-17 월드컵 티켓을 얻었다. 15세 이하(U-15) 대표팀에도 성남 유스인 한승희가 있다. U-15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라 향후 더 기대되는 자원이다. 한승희는 최근 2024년 16세 이하(U-16) 아시안컵 예선 대비 국내훈련에 콜업됐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들도 가득하다. 김현준, 홍석현, 안재민 등은 2023년 프로 전지훈련에 참가했고 2019 차범근 대상 베스트11에 뽑힌 최형우도 있다. 박성범, 장지훈, 심태훈은 광역 선발로 14세 이하(U-14) 대표팀에 뽑혔다. 이렇듯 일일이 다 나열하면 끝도 없을 정도로 성남을 빛낸 유스 출신들, 또 성남을 빛낼 유스 자원들이 많다.
김영하 성남 대표이사의 김지수 브렌트포드행 축사에서 향후 성남의 유소년 투자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하 대표이사는 "김지수 덕분에 성남이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려졌고 이는 구단의 큰 성과이자 유소년 지도자들이 좋은 방향성으로 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갈 (김)지수를 많이 응원하고 더 많은 지원과 좋은 환경 속에서 제2의 김지수를 육성하도록 구단 유소년에 많은 힘을 실어주겠다"라고 했다.
성남은 분명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 문제를 극복해고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하며 K리그2에서 벗어나 승격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유소년 투자는 계속될 것이고 지금까지 내온 발전, 성과를 앞세워 더 좋은 선수를 키워내고 뽑아내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유소년 정책 외에도 성남은 연고 시민들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 여러 행사를 펼치고 있다. 최근 클럽하우스 개방 행사가 대표적이었다. 매번 대중들이 존재의 이유를 묻는 시도민구단 중에서 유소년 정책, 성과 면에선 으뜸이다. 앞으로도 한국축구, K리그에 모범 사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성남의 노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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