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서로 다른 입장의' 디리스킹과 미중관계의 미래
(서울=뉴스1) = 지금 세계는 디리스킹(de-risking, 위험해소)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3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맞지도 않는다"면서 유럽의 대중 정책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이라고 강조한 이후, 미국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후 미국의 고위인사들과 G7 정상회의도 디리스킹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정책적 전환과 미중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전망들이 부상했다. 정말 디리스킹은 관계 전환과 위험 완화의 미래를 가져올 수 있을까?
디리스킹은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인 핵심신흥기술 통제의 지속을 전제로 하고 있다. 2022년 미중 교역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미국 기업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중국 시장은 디커플링이 가능하지도 국익에 부합하지도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은 무역과 첨단기술 문제를 철저히 분리하면서,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인 신흥기술은 더 효과적으로 집중 통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루킹스 연설에서 디리스킹은 군사화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옐런 재무장관도 의회발언에서 무기화될 수 있는 특정기술 통제의 지속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방중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수출통제와 제재리스트 관련 질문에 '국가안보에 직결된 핵심기술 보호가 디리스킹의 핵심'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5월 미 국방부 국방과학기술전략 보고서가 규정한 핵심군사기술에는 인공지능, 양자과학, 바이오, 우주기술 등 미래 패권경쟁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기술분야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신흥기술 대부분이 군사화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디리스킹이 말하는 '좁은 통제'는 전략경쟁의 핵심기술을 타겟으로 한다. 5월말 개최된 US-EU TTC회의 공동성명은 중국에 대한 아웃바운드 투자 제한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통제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길(Gill)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소장은 이러한 디리스킹에 대해 "원래 하려고 했던 것들을 표현하는 더 현명한 수사법"이라고 해석했다.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라기보다 미국이 목표했던 것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더 적합한 '표현'의 발견이라는 것이다.
EU는 디리스킹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회원국간 대중정책 기조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 폰데어라이엔 EU위원장이 디리스킹을 위한 로드맵 공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요 회원국들이 미국의 접근방식과 일치하는 것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을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독일은 독자적인 대중국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의 디리스킹을 '두 얼굴의' 정책이며, 똑같은 대중 봉쇄전략에 이름만 달리 붙였을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블링컨 방중기간 광명(光明)일보에 실린 중앙당교 우즈청(吴志成) 국제전략연구원부원장의 칼럼도 "서방국가들이 중국 배제와 봉쇄에 동맹국들을 동원하기 위해 디리스킹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공개적으로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언론들은 디리스킹을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한 위장된 디커플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블링컨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군사대화 복원에는 화답하지 않았고, 친강 외교부장, 리창 총리 등은 유럽을 잇달아 순방하면서 디리스킹 연대의 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은 위험완화전략으로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5월말 출간한 시진핑 주석의 '과학기술자립자강 어록(习近平同志《论科技自立自强》)'은 "핵심기술은 국가의 무기이고, 국가안보 보장의 핵심요소"이며 "핵심기술은 자선으로 얻을 수 없고 반드시 자력갱생, 자주혁신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리스킹이 무엇인지, 그것이 디커플링과 무엇이 다른지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다. 위험제거, 위험해소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단순히 중국정책에 국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위험이 어디에서 오는 지, 무엇이 핵심 위험인지에 대해 국가들마다 자국의 경제여건과 안보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디리스킹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고려할 때 미중관계의 전환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듯 하다. 물론 서로 다른 입장의 디리스킹(unlike-minded derisking)이 오히려 미중관계 악화를 억지하고 관리가능한 경쟁(manageable competition)을 촉진하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주요국들은 저마다 어떻게 미래 위험을 해소하면서, 국가안보와 기술혁신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토론하고, 디리스킹 전략과 로드맵을 정교화하는 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디리스킹 전략은 무엇일까? 한국 또한 무엇이 미래 핵심 위험인지 그리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과 로드맵은 무엇이어야 하는 지, 한국의 독자적인 '디리스킹 전략'을 토론해야 할 때다.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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