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의 ‘아빠와 남편이 된다는 건’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6. 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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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나 여전히 현 연예계에서 여배우가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된다는 건 일자리를 잃거나 활동 영역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연급의 배역이 맡겨질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이다. 사실 안 그래도 여자배우가 작품의 중심에 설 경우가 남자배우보다 그리 많지 않은데, 더더욱 줄어든다고 할까.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을 위해 진행한 중국의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 중 일부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라는 질문에 그는 ‘아빠와 남편이 된다는 건 연예계에서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답했는데 이 대목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그의 객관적인 상황만 두고 보아도 작품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어 어떤 배우보다 좋은 환경에 처해 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사람도 지금의 상태가 앞날에도 지속될 거라 장담할 수 없고 연예계라는 세계 자체가 워낙 예측불가능한 곳이다 보니, 송중기가 가지는 불안감은 어떤 면에서 아주 당연하다. 게다가 그의 스타성은 출중한 연기력, 작품을 보는 안목의 영민함과 함께, 미소년을 상징하는 특유의 외모로 구성된다. 그러나 미소년도 세월을 피할 순 없고, 들어오는 배역의 종류나 수가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작품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송중기가 자신이 맡은 배역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때,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외모를 두고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냈으나 곧 그의 연기력에 설득된 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송중기’라는 배우 개인으로서지, 그가 ‘아빠와 남편이 된’ 남자배우라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를 포함하여 수많은 남편이자 아빠인 남자배우들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일감이 줄어드는 건 결혼을 하고 ‘엄마와 아내가 된’ 여자배우다. 어떤 경우엔 육아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일정 기간 작품 활동을 하지 않기도 하는데 그러고나서 복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여자배우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의 수나 배역의 종류가 이전보다 늘었다 해도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고, 반강제적으로 쉬고 있는 사이 새로이 두각을 나타낸 신인 여배우 또한 한둘이 아니기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수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신은 출연료가 너무 비싸고 ‘화란’은 좋은 영화라 ‘노개런티’로 참여했다는 송중기의 ‘아빠와 남편이 된다는 건’의 넋두리가 곧이곧대로 들릴 리 없다. 출연료가 높게 책정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럴 만한 기회, 즉 주가를 올릴 만한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 왔고 여전히 주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로서는 나름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공유한 것이었으나 정황상 배부른 투정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게 듣는 처지에서의 솔직한 속내다.

최근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한 캐스팅 라인업을 두고 일각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연기력으로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집합된,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화려한 조합이긴 하나, 정호연을 비롯하여 김주령, 이유미 등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던 시즌1과는 달리, 여배우가 단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게 바로 한국 여배우가 처한 현실이라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친 것.

다행히 완료된 캐스팅이 아니었고, ‘오징어게임 시즌2’ 측에서 출연이 확정된 여배우를 추가로 공개하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야말로 현 연예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 해프닝이 아닌가. 송중기의 ‘아빠와 남편이 된’ 입장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배려하지 못한 연예계의 현실이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진지한 고려나 배려를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은 솔직함은 무례한 모양새를 띠기 마련이다.

그러한 의도가 없었다 해도, 심지어 반대의 의도로 솔직하게 군 것일지라도 예기치 못한 상처를 남겨 솔직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게다가 송중기는 말 한마디에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는 스타 중의 스타다. 한마디로 송준기답지 않게 경솔했다. ‘화란’을 출연하게 된 좋은 뜻도 묻히고 말았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경험이 송중기 개인에게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영화 ‘화란’, DB]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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