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vs “의사 넘쳐”···정부 포럼에서 맞붙은 전문가들

민서영 기자 2023. 6. 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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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가 의사인력 수급추계 관련 발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과 관련해 과학적인 의사인력 수급추계를 위한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각각 ‘의사부족’과 ‘의사과잉’을 주장하며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원 연구진은 의료서비스 수요와 의사 업무량 등을 고려한 과학적 추계 결과 미래에 상당 규모의 의사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엔 의사 2만2000명 부족···의대 정원 2030년까지 매년 5% 늘려야”

첫번째 발제를 맡은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전 보사연 연구위원)는 보사연에서 수행한 2019년과 2021년 두차례 수급추계 연구를 소개하며 의사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의 2021년 추계 결과를 보면, 의사 인력의 성·연령 가중치를 적용해 현재 수준의 업무량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부족한 의사 수는 2025년 5526명, 2030년 1만4334명, 2035년 2만7232명으로 예측됐다.

부족한 의사 수 예측 결과. 연합뉴스

권정현 KDI 연구위원도 “현재의 의료 이용 수준으로 평가한 의사 인력의 업무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인구 최대치가 전망되는 2050년 기준 약 2만2000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과목별로 보면 저출생·고령화 기조로 인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보다는 신경과, 신경외과, 외과, 흉부외과 등 고령층의 의료 수요가 집중되는 과목에 의사가 더 부족할 것으로 추계됐다. 2048년 기준 신경과는 1269명, 신경외과 1725명, 흉부외과 1077명, 외과 6962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권 연구위원은 “필요한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서 일정 기간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추계 결과에서는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의 5% 증원 시나리오가 2050년까지 필요 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까운 수치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은 현재 3058명으로, 이를 2024년부터 매년 5%씩 확대하면 2030년엔 4303명이 된다.

권 연구위원은 다만 “2050년 이후부터 인구 규모가 감소해 의료서비스 수요 감소가 전망되므로, 이후 의사 인력의 과도한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의대 정원의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5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돼있는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 내에 의대 정원 조정 규정을 명시하고, 정기적인 의료서비스 수요 전망에 바탕한 의대 정원 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발제자와 패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활동의사 증가율은 OECD 평균 상회···의사 부족하지 않아”

반면 의사단체 측인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기존 연구들의 문제를 지적하며 ‘의사 과잉’을 주장했다. 우 원장은 앞서 발제한 신영석 교수의 연구와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보건경제학) 교수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 연구가 공통적으로 의사 1인당 노동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의사의 1인당 생산성이 증가하고, PA(진료보조인력) 등 의사 수요를 대체·보완하는 직종의 출현 등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 원장은 한국의 활동의사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지만, 활동의사 증가율은 평균보다 높다며 이대로라면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047년엔 5.87명으로 OECD 평균 5.82명을 넘어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는 환자가 원하면 언제라도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라며 OECD 보고서 상 한국의 수술대기시간이 ‘ZERO’(0시간)로 나온다고 밝혔다. 도농간 의사 밀도 차이는 OECD에서 두번째로 작고, 의사 외래 진료 건수와 입원 일수는 평균을 상회한다고도 했다.


☞ 의사들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국회서 ‘의대 증원 불가론’ 쏟아내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21151100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 단체 의견도 듣겠다는 정부···의협 “의료현안협의체 수포 만든 것” 반발

정부는 오는 29일 제12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논의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는 2025년 대학입시에서부터 의대 정원 증원을 반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의사단체와 전문가 등 인력 수급에 대한 의견이 팽팽해 협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공급자인 의료계의 의견을 들었으니 (하반기에는) 수요자 단체, 전문가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보건의료정책 최고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중심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즉각 반발했다. 의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9·4 의정합의와 그동안의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과정을 한순간에 수포로 만들어버린 보건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향후 진행되고 이뤄질 정부와의 각종 분야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3058’을 넘어서]①2035년에는 의사 2만명 부족하다는데···의대 정원, 얼마나 늘려야 할까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141703011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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