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강미선, ‘춤의 영예상’으로 한국 발레 세계에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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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를 세계에 알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발레리나 강미선(40)은 "아직도 믿기지 않고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후보가 되어 볼쇼이 무대에서 한국 발레를 선보였다는 것 자체로 큰 영광인데 상을 받게 돼 더욱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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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를 세계에 알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발레리나 강미선(40)은 “아직도 믿기지 않고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후보가 되어 볼쇼이 무대에서 한국 발레를 선보였다는 것 자체로 큰 영광인데 상을 받게 돼 더욱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춤의 영예’란 뜻의 이 상은 흔히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지난 3월 국립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수상작 ‘미리내길’은 한국적 정서를 담은 창작 발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여인 역을 맡은 강미선은 “한국적인 작품을 할 때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8살 때 무용을 시작해 6년 남짓 한국무용을 익힌 덕분이다. “한국적 춤사위가 들어 있으면 자신감이 있었어요. 어릴 때 했던 한국무용 동작이나 느낌이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거죠.”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줄곧 자리를 지킨 ‘국내파’란 점도 그의 수상을 돋보이게 한다. “해외 발레단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여기에서 인정받고 최고가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모든 분에게 인정받은 다음에 해외에 나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21년 걸렸다”며 웃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한 발레단에서 춤을 출 줄은 몰랐어요. 부족한 부분을 자꾸 채워 가려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더군요.” 그는 “아직도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고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중국 국립발레단 소속 추윤팅과 함께 받은 상이지만 수상 과정은 만만하지 않았다. 별이란 뜻의 ‘에투알’(étoile)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도로테 질베르도 6명의 경쟁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려 결선 투표까지 거쳐야 했다. 심사위원장은 여러 차례 내한한 적이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였다.
한국인으로 역대 다섯번째 수상인데, 나이 마흔을 넘겨 이 상을 받은 건 강미선이 처음이다. 게다가 2021년 아이를 낳은 ‘워킹맘’이다. “육아하면서 힘들었던 게 춤을 추고 무대에 오르면서 피로가 풀리더라고요.” 그는 “육아와 발레를 병행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워킹맘으로 발레 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어느 분야든 힘들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미선은 “남편과 볼쇼이 발레단에서 함께한 옛 동료들이 ‘왜 남편은 안 왔냐고’ 제일 먼저 물어보더라”며 “남편은 집에서 혼자 아기를 보느라 못 갔는데, 다음엔 아기랑 같이 러시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사람들, 경력을 시작하는 무용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무용수가 되고 싶은지를 묻자 그가 내놓은 대답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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