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한 명 아쉬운 판에…‘불법 양산’ 고용허가제 족쇄 여전

김용희 2023. 6. 27. 15: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9년 10월 취업비자로 입국해 경기도의 한 철판 가공공장에 취업한 캄보디아 출신 ㄱ(24)씨는 또래 노동자가 없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ㄱ씨는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사업장 변경신청이 밀려 있으니 10일 후에 방문하라'고 했고 고용센터에서도 '그렇게 해도 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고용센터는 사업장 변경허가를 내주지 못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개 단체가 구성한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회원들이 27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허가제 폐지와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2019년 10월 취업비자로 입국해 경기도의 한 철판 가공공장에 취업한 캄보디아 출신 ㄱ(24)씨는 또래 노동자가 없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사업주를 설득해 사촌누나가 있는 광주로 이전하려고 했지만 고용허가제가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근로계약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고 3개월 이내에 취업해야 한다. 새 사업주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허가를 받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노동자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로부터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체류기간(최대 4년10개월)이 남았더라도 강제출국된다. ㄱ씨는 사업장 변경신청 3개월을 3일 앞두고 광주업체와 구두로 고용계약을 했고 해당 업체는 고용센터에 고용의사를 표시한 서류를 보냈다. 하지만 처리 절차가 미뤄지며 3개월을 넘겨 강제출국 위기에 놓였다.

ㄱ씨는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사업장 변경신청이 밀려 있으니 10일 후에 방문하라’고 했고 고용센터에서도 ‘그렇게 해도 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고용센터는 사업장 변경허가를 내주지 못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입국한 스리랑카 출신 ㄴ(26)씨는 제주도의 한 장어양식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7월 여름, 다리를 다쳤다. 양식장 주인 ㄷ씨는 ㄴ씨에게 퇴직하고 기숙사를 나가라고 했다. ㄴ씨는 광주 장어양식장에서 일하기 위해 고용센터를 두 차례 찾아 사업장 변경신청을 했지만 ㄷ씨가 고용변동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주는 고용변동 사유가 발생하면 15일 이내에 고용센터에 고용변동 신고를 해야 한다. ㄷ씨는 15일을 채우고서야 고용변경 신고를 했다. 사업장 변경신청 기간 시작일은 퇴직날짜가 기준이지만 ㄴ씨는 고용변경 신고일로 착각해 한 달을 넘겨 사업장 변경신청을 하지 못했다. ㄴ씨는 한국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12개 단체가 구성한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는 27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네트워크는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에게 3개월 이내에 취업하라는 반면 고용허가 신청 주체를 이주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로 명기해 행정적 착오나 실수를 유발하고 있다”며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이 구직등록기간을 넘긴 이주노동자를 구제하라고 권고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우리 사회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외국인고용법의 고용허가제를 폐지해 이주노동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