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광우병 수십만명 감염” TV토론서 주장… 실제론 27년간 232명
민주 위성곤 의원 “수십만명 된다. 이 양반들이…”
방송 뒤 확인 취재에 “착각… 소 숫자 말한 것”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TV토론회에 출연, 광우병에 감염된 사람 수에 대해 “수십만명이 된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당내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 의원 주장은 공인된 연구 결과와는 다르다. 올초 영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1995년 인간광우병이 처음 보고된 이래 전 세계 감염자 수는 232명이었다.
26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긴급 토론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 토론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시작된 논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15년 전 ‘광우병 사태’ 이야기로까지 번졌다.
토론회 진행자는 “광우병 때도 소고기 먹으면 다 죽는다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느냐”며 “그걸 빗대봤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막연한 위험에 대한 의혹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위 의원은 “광우병은 괴담이 아니라 국민들이 광우병을 세계로부터 지켜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광우병 사태는 당시 이명박 정부가 밀실 행정을 통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와 특정 부위까지 수입하겠다고 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결국 (촛불집회 등 반대 운동을 통해)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특정 부위는 수입하지 않는 걸로 결론 났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이 세계에서 한 명이라도 나왔느냐”고 물었다.
위 의원은 “왜 없느냐”며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이 됐지 않느냐”고 했다. 성 의원이 재차 묻자, 위 의원은 “수도 없이 많다”며 데이터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고 했다.
성 의원은 “내놔보세요”라고 말했고, 위 의원은 “갖다 드릴게요”라고 맞받았다. 성 의원이 “소고기와 인과관계가 정확하게…”라고 말하는 도중에도 위 의원은 “그것도 모르면서 지금까지 광우병 괴담이라고 했느냐”고 면박을 줬다. 그러면서 “수십만 명이 된다, 이 양반들(광우병 환자들)이. 자료 갖다 드리겠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건 ‘인간광우병’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위험 부위를 섭취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식 명칭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다.
vCJD는 1995년 영국에서 최초로 보고됐다. 28년이 흐른 올해 1월 영국 국립CJD연구감시센터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이때까지 전 세계 vCJD 발생 건수는 12개국 총 232건이었다. 위 의원이 주장한 ‘수십만’이라는 숫자에 비하면 약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중 영국이 17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프랑스 28명, 스페인 5명, 아일랜드 4명, 미국 4명 등이었다. 가까운 나라 중에는 일본‧대만‧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 1명씩 발생했다. 한국은 없었다.
미국 보건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한 4건의 인간광우병은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거주했던 이들이 외국에서 감염되어 미국에서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의원이 문제 삼은 ‘미국산 소고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이들이 많다는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영국 국립 CJD감시센터 자료는 올해 1월 질병관리청과 대한신경과학회가 개최한 공동심포지엄에서도 자료로 인용됐다.
위 의원은 27일 해당 발언에 대한 조선닷컴 질문에 “흥분한 탓에 실수한 것”이라며 “광우병에 걸린 사람 숫자가 아니라 소 숫자를 말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광우병부터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논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이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뇌 송송 구멍 탁’ 광우병 선동, ‘전자파 튀김 참외’ 사드 선동에 이어 후쿠시마 괴담까지, 괴담 선동은 한국 정치를 골병들게 한 민주당의 악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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