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도 흥행도 모두 역대급…K리그 이번 시즌, 비범하다
2023년을 한국프로축구는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개막 라운드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쓰며 비범한 출발을 알렸던 K리그1이 반환점(19라운드)을 돌았다. 올 시즌 팬들의 열기는 다가오는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7일 밝힌 K리그1 전반기 누적 관중은 117만7451명(유료관중 기준). 역대 최다이고, 평균 관중(1만328명)이 만명을 넘어선 것도 2011시즌(1만1660명) 이후 처음이다. 유료관중만 집계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 숫자의 의미는 크다.
두고두고 분석 대상이 될 올 시즌 K리그1 중간결산 기록을 살펴봤다. 대부분 기록은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가 기준이다.
■ 울산, 정상을 향한 ‘역대급’ 독주
리그 선봉에는 1강 울산이 있다. 지난해 17년 ‘준산’(준우승+울산)의 한을 풀었던 ‘디펜딩챔피언’ 울산은 전반기를 마친 현재 15승2무2패 승점 47점으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19라운드 기준, 역대 가장 많은 골(43골)을 넣었고, 가장 많은 승점(2018시즌 전북과 동률)을 쌓았다.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34점)와 격차는 13점,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지난 10시즌 동안 평균 1, 2위 승점 차는 5.7점이었다.
무적 울산의 질주를 이끄는 선수 중에서는 전방을 책임지는 주민규와 바코가 눈에 띈다. 사이좋게 10골1도움을 기록한 둘은 K리그 판 파워랭킹인 아디다스 포인트에서 나란히 1~2위(1위 바코, 2위 주민규)에 자리한다. 특히 주민규는 K리그 출범(1983년) 이후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2021시즌 22골, 2022시즌 17골)을 올린 9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로는 우성용, 이동국 이후 세 번째다.
울산은 기세를 몰아 리그 2연패에 더해 역대 최다 승점, 최다 득점 기록까지 넘본다. 다만, 지난 10시즌 전반기 1위 팀이 시즌 끝 챔피언 자리를 지킬 확률은 50%였다.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말이다.
■ 광주부터 전북까지, 혼돈의 중위권
멀찌감치 독주 중인 울산 뒤로는 혼돈의 수라장이다. 리그 2위 포항과 8위 전북 현대 사이 승점 차는 7점으로, 2016시즌과 더불어 가장 적다. 지난 10시즌 2∼8위 팀 사이 평균 격차는 11.6점이었다. 혼전의 진원지가 된 건 광주FC(5위)와 대전하나시티즌(6위), 두 승격팀. 이정효(광주), 이민성(대전) 두 감독의 리더십 아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두 팀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승격팀 동반 파이널A (6위 이내 ) 입성을 노린다.
동시에 체면을 구긴 쪽은 전통 명가, 전북과 수원 삼성이다. 8위 전북은 승점 27점, 최하위 수원은 승점 9점으로, 둘 다 전반기 기준 구단 역사상 최저 승점 불명예 기록을 썼다. 시즌 초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다 사령탑을 갈아치운 점도 같다. 전북의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승점 차가 2점에 불과해, 매 경기 자존심 회복을 위한 분투가 요구된다.
■ 평균관중 1만명, 전반기 최다 관중
역동적인 리그는 ‘역대급’ 흥행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입장 제한 해제와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의 여운이 만들어준 훈풍에 각 지역 충성팬층이 불어나는 모양새다. 올 시즌 구단별 평균 관중 순위는 FC서울(2만4228명), 울산(1만7611명), 대전(1만3111명), 전북(1만2173명), 대구(1만552명), 수원(1만247명) 순이다. 12개 구단 중 절반이 평균 관중 1만을 넘었다.
이는 구단들의 열성적인 마케팅 노력이 가세한 성과이기도 하다. 지난 4월23일 전북전에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1만 관중을 넘긴 제주의 평균 관중은 6632명이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제주 어느 지역이든 30명만 단체 관중이 모이면 무료 셔틀버스를 보내주고, 제주 단체관광 코스에 축구 관람을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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