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친구가…내일부터 언니(?) 된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완규 법제처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만 나이 통일법 시행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는 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셈법이잖아요. 만 나이, 연 나이 등 나이 개념이 너무 많은데 통일되니 좋은 것 같아요."(30대 자영업자 강모씨)

오는 28일부터 법적·사회적 나이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을 앞두고 시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등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혼란도 감지된다.

만 나이 통일법은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달라 발생하는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국정 과제다. 이 법에 따르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법령이나 계약, 공문서 등에 표시하는 나이는 만 나이로 해석한다. 출생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면 1살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시민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영업자 최재현씨(66)는 "접근 방법에 따라 나이 계산법이 많아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빠른 연생 적용이 사라졌듯이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 일상과 행정상 혼란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지성씨(31)는 "병원이나 관공서에서는 이미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으니 일상에도 적용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최모씨(31)는 "아직 생일이 안 지나 2살이 어려진다"며 "한국은 나이에 따라 갖게되는 부담감이 있는데 20대가 되니 회춘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나이와 관련된 혼란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광화문 직장인 김모씨(31)는 "한국처럼 호칭과 존칭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느낌"이라며 "어제까지 '형', '누나'라고 부르다가 생일이 지났으니 오늘부터 '야'라고 부르겠다고 하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5살 된 딸을 키우는 한모씨(32)는 "아이가 한창 나이에 관심이 많을 때라 '나 다섯살 언니야'라고 하고 다니는데 이제 1~2살 어려진다고 하면 울까봐 차마 말을 못 했다"며 "만 나이 개념을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할 것이고 또래 친구 사이에 '오늘부터 언니라고 불러'라고 할 수도 없어 기존대로 지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만 나이 적용을 받지 않고 현행대로 '연(年)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분야에서 혼란이 크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는 방식이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 병역 의무 연령, 청소년 보호법상 담배 및 주류 구매 연령,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온라인 맘카페 등에는 "우리 아이는 9월생인데 만 나이로 계산하면 초등학교 입학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같은 질문과 '2023 연령 대조표' 등이 공유되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20대 김모씨는 "만 나이가 적용되면 한 살이 어려져 공무원 시험 보는 나이도 어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대로 연 나이 적용이라더라"라며 "예외가 생기니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만 나이 사용 문화가 일상생활에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교육과 홍보를 지속해서 강화할 방침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만 나이 통일법은 그동안 나이 기준 혼용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발생했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만 나이는 개인이 실제 살아온 시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합리적 나이 계산법으로, 앞으로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함으로써 나이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