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평 국어 만점자, 작년 수능의 4배…정작 수학이 '불수학'(종합)
이과 쏠림 가속…수학 미적분 응시자, 확률과 통계 첫 추월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지난 1일 시행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킬러문항' 문제가 지적됐던 국어는 전체적으로 평이했고 최상위권 변별력도 높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수학의 난도가 올라 '불수학'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올해 수능에서 정부가 킬러문항 배제 지침을 밝힌 터여서 실제 수능에서는 난도가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6월 모의평가 기준 8년 만에 최저
평가원이 27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작년 수능(134점)보다 2점 올랐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입시업계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점대를 기록하면 평이한 시험으로 본다. 140점 이상부터 어려운 시험으로 통한다.
지난해 수능 국어보다 소폭 어려워지긴 했지만,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이 비교적 평이했던 것으로 평가됐었던 만큼 이번 6월 모의평가 역시 까다롭지 않았던 셈이다.
6월 모의평가 기준으로는 2016학년도 이후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낮다.
최상위권에는 오히려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6월 모의평가에서는 1천492명이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수능 당시 371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점자가 4배 증가한 셈이다.
작년 6월 모의평가(59명)와 비교해서는 25배 늘었다.
윤 대통령이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국어 비문학 영역이 공교육에서 배우기 어려운 내용을 다뤘다고 직접 거론하며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혔으나 채점 결과는 이와 다소 달랐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지적 이후 교육부는 6월 모의평가에서 '공정 수능'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대입 담당 국장을 사실상 경질하고 출제 기관인 평가원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한 이규민 평가원장은 "지난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자진 사임하기도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와 관련,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공정한 수능에 대한 (대통령) 지시와 방향은 3월부터 있었다"며 "6월 모의평가가 시행되고 나온 결과를 보면 그러한 방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교육부는 전날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며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몸과 의식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다룬 지문을 읽고 추론하는 14번, 조지훈의 '맹세'와 오규원의 '봄'이라는 시를 읽고 푸는 33번을 킬러 문항으로 선정하고, 앞으로 배제해야 할 문제 유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체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김원중 대성학원 전략실장은 "6월 모의평가 국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물수능은 아니었지만 적정 난이도로 본다"며 "조심스럽지만 킬러 문항의 변별도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학, 6월 모평 기준 14년 만에 가장 어려워…과탐 응시자, 사탐 역전
반면 이번 모의평가에서 주목할 것은 오히려 수학이라는 평이 나온다.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으로, 까다롭다고 평가받은 작년 수능(145점)보다도 6점 상승했다. 2022학년도 통합 수능 체제 도입 이후 가장 높았다.
6월 모의평가 기준으로는 2010학년도(172점) 이후 최고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획득한 수험생은 648명으로, 작년 수능(934명)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고난도 문항은 별로 없었을 것이고 준킬러 문항이 학생들을 골탕 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준킬러 문항을 배치해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란 측면에서 교육부가 올해 출제 경향으로 언급한 형태에 가장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국어,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5점 벌어진 데다,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라는 변수가 있어 수학 역시 수능에서는 6월 모의평가보다 쉬워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국어,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1점 벌어져 수학을 잘하는 수험생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시험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킬러 문항은 안 보였다는 입시업계와 달리 교육부는 전날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공통과목의 21번과 22번, 선택과목 '미적분' 30번 등 세 문제를 킬러 문항으로 지목하고, 수능에서 이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원중 실장은 "정부가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했기 때문에 국어는 6월 모의평가 정도로, 수학은 좀 더 쉽게 내서 표준점수 최고점의 간극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6월 모의평가에서는 이과 쏠림도 두드러졌다.
수학에서는 자연 계열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 응시율(48.5%)이 인문계열이 많이 보는 '확률과 통계'(47.8%)를 통합 수능 체제를 도입한 2022학년도 이래 처음으로 추월했다.
탐구 영역에서는 과학탐구만 선택한 수험생 비율이 48.5%로, 사회탐구만 선택한 수험생(47.7%)을 역시 처음으로 넘어섰다.
의대 쏠림에 더해 통합 수능 체제에서 점수를 받기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미적분' 쪽으로 수험생들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난도 문제가 빠진다는 출제 방침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고 1∼2, 금년도 남은 수험 기간에도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미적분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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