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의과대 정원 증원 논란, 국민을 주어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3년 전 당시 정부가 공공 의대를 만들어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자 의료계는 즉각 반대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가 안정된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락됐는데, 정부가 첫 공식 토론회(6월 27일)를 열었습니다. 2025학년도부터, 즉 내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 의대를 새로 만들지,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릴지, 또 몇 명을 늘릴지 정해진 건 없습니다. 교육 당국과 의사 단체가 계속 협의 중입니다.
공공 병원, 더 늘려야 할까?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지하철, 고속도로가 생겼고 특히 병원의 경우에는 빅 5 중 4곳이 공공 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입니다. 이것이 국민에게 득인지 실인지를 따지려면 질문의 주어를 국민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환자에게는 병원의 설립자가 누구인지보다 병원이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지은 공공 병원이라도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면 국민에게는 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판데믹 시기에 공공 병원은 존재가치를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 공공 병원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공공 의대를 만들고 공공 병원을 더 짓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무언가를 더 만드는 일은 그에 대한 득실을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공 의료 체계로 운영되는 영국은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곳이라며 자주 언급됩니다. 그러나 영국의 의료 실상은 모범적이지 않습니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구 대비 훨씬 많은 사람이 코로나 19에 감염됐고 훨씬 많은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영국의학저널(BMJ)의 편집 위원은 3대 의학 저널에 "영국의 공공의료 시스템(NHS)은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것"이라고 기고했습니다. 영국 공공의료 시스템은 효율적이지 않고, 환자 친화적이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의대 증원 찬반의 엇갈림
먼저 의대 증원 찬성 측의 논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숫자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와 일본은 2.5명으로 OECD 평균 3.6명 보다 1명 넘게 적습니다.(그림 1) 게다가 2년 후부터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 수요가 더 늘어날 테니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의대 증원 반대 측은 우리나라 의사 늘어나는 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는 걸 지적합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의사 수가 적고 고령화도 빠르지만 의사 증가 속도가 가장 느립니다.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게 고령화 대책의 정답이 아니라는 겁니다.(그림 2)
또 GDP 대비 국민이 내는 의료비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 이하지만 의사가 많은 노르웨이, 독일 등의 국가들은 상위권입니다.(그림 3)
즉 의사 늘리는 게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적정 의사 수는 시나리오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합니다. 의료 수요와 공급, 효율성, 입원과 외래 진료 등 주요 변수들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구 자체는 의미가 있겠지만 어느 하나의 연구 결과에 기대 의대 증원을 결정하기엔 불안한 요소가 많습니다. 의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층에서 추락한 대구 10대 청소년과 후두염에 걸린 서울 5세 어린이,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노인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목숨을 잃는 일을 대한민국 국민이 현재 겪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신경외과, 외과, 소아과, 흉부외과 등 필수 의료진의 부족이었습니다. 필수 의료진 충원을 위해 의대를 증원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의료계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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