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킬러 문항?’···6월 모평 ‘국어 만점’ 작년 수능 4배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151점
통합수능 후 가장 어려운 수준
이과생 ‘문과 침공’ 우려 나와
지난 1일 시행된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킬러 문항’ 문제가 처음 제기됐던 국어는 대체로 쉽고 최상위권 변별력도 높지 않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수학이 최근 들어 가장 어려워 수학과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15점까지 벌어졌다.
27일 한국교육과정이 발표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지난해 수능(134점)보다 2점 높아졌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한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점대를 기록하면 평이한 시험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수능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해 수능도 국어가 평이했던 시험으로 분류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6월 모의평가도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전날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 중 비문학 1문제, 문학 1문제를 킬러 문항으로 지목했지만 이 문항의 변별도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어 만점자는 1492명으로 지난해 수능(371명)보다 4배 늘었다.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수험생은 38만1673명으로 지난해 수능(44만7669명)보다 적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국어는 평이하게 출제됐던 전년도 수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학생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킬러 문항의 경우에도 해결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6월 모의평가에 대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를 언급하며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는 6월 모의평가에서 이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했고 출제기관인 평가원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하기도 했다. 이런 사태 속에서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로 시험 결과를 열어 보니 수험생들이 시험을 어렵게 느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수학이 ‘역대급’으로 어려웠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으로,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145점)보다 6점 상승했고, 이는 2022학년도 통합수능 체제 도입 후 실시된 모든 모의평가·수능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영어는 지난해 수능 수준이었고, 탐구는 지난해 수능보다 전체적으로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최근 발표된 정부 방침에 따라 실제 수능에서 국어·영어·탐구는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출제될 것으로 보이며 수학은 보다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학과 국어의 표준점수 격차가 15점까지 벌어지면서 상위권 이과생들이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인문사회계열 대학에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올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과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국어·수학영역 선택과목 쏠림 현상도 심해졌다. 수학 선택과목 응시자 비율을 보면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48.5%로 문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통계(47.8%) 선택 비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미적분 선택 비율은 지난해 6월 모의평가(42.8%), 9월 모의평가(44.8%), 수능(45.4%)보다도 크게 올랐다. 국어에서도 다소 어렵지만 표준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수험생이 40.8%로 지난해 6월 모의평가(35.9%), 수능(35.1%)보다 5%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난도 문제가 빠지는 기조 변화에 따라 앞으로 미적분 집중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수학에서 이과생이 유리한 구도에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모의평가 난이도가 윤 대통령 발언과 달리 낮았다는 지적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월 모의평가는) 난이도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라며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말라고 했는데 배제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어서 문제제기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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