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목소리’ 청취한 민주당… “경제 정당으로 변모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글로벌 기업 지원 정책 마련을 위해 대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업들은 심화된 글로벌 갈등 속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 확산 등을 요청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 지원 및 규제혁신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AI, 데이터 등 경제 정당으로 변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경제 정책에 있어 유용하고 실용적인 자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민주당 글로벌기업경쟁력강화 의원모임과 대한상공회의소의 공동 주체로 이뤄졌다. 민주당에서는 박광온 원내대표와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 김병욱·유동수·이병훈·정성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기업에서는 박승희 삼성전자 CR부문 사장, 윤용철 SK수펙스 부사장, 김견 현대자동차 HMG경영연구원장,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송원근 포스코홀딩스 전무, 임성복 롯데지주 전무, 박준성 LG 전무 등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와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등이 함께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목표로 ‘경제’와 ‘미래’를 제시했다. 대기업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박 원내대표는 “과거 민주당은 DJ 정부시절 기술혁신과 디지털 시대를 선제적으로 뒷받침했다. 직업교육 등 사회안전망 확보에도 역할을 했다”면서 “경제 정책 분야에서 유용하고 실용적인 자세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경제를 도약하는 일과 일자리 마련에는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도 “경제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이념적인 잣대로만 해왔다. 경제를 너무 과거 기준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경제를 정확히 볼 수 있도록 이론적 틀 밖에서 볼 수 있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반성했다.
김병욱 의원은 “친기업·반기업 이분법적 논쟁은 의미가 없는 시대”라며 “민주당은 반기업 정당 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를 벗고 실용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업들은 수출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국내에서 대기업이라고 하면 중의적인 시선이 있다. 공정거래·규제 대상으로 보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또 다른 신분이 있다”며 “글로벌 시장이 엄혹하다. 정치 영역이 비즈니스 영역까지 들어왔다. 전략산업이라는 품목이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시장에서는 상생을 해외 시장에서는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용철 SK수펙스 부사장은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위기를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하기엔 벅차다. 기업과 정부, 정치권이 합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반도체나 배터리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은 향후 투자에 따라 주도권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금산분리제도 합리화 △전략산업분야 정책자금 공급 확대 △자산 유동화 지원 △메가샌드박스 시행 △동일인제도 개선 △상속세 부담 완화 △기술유출(산업스파이) 처벌 강화 △입법영향평가제도 확대 도입 등을 건의했다.
민주당은 청년 채용 확대와 대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많은 취업준비생이 구직을 포기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채용 방식을 변화했으면 한다”며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기업의 신규 채용은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희망 사다리”라고 말했다.
또 “환경·안전·인권·사회적 약자 배려·상생협력·공정거래 등 사회적 가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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