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수변공원 금주지역 지정에 '낭만' 막차 탄 시민들…7월부터 과태료 5만원

조아서 기자 2023. 6. 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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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9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만난 70대 A씨는 공원일대 빈틈없이 꽉 찬 돗자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빈 소주병을 하나 둘씩 모으고 있었다.

이에 수영구는 지난 5월 구의회에서 통과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근거로 민락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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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추억이 가득한 장소, 마지막이라 아쉬워"
상인 "생계가 달린 문제…상권 침체 시 단체 행동도"
24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수변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음식과 술, 음료를 즐기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소주병 하나에 100원이야. 이젠 용돈벌이도 끝이네"

24일 오후 9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만난 70대 A씨는 공원일대 빈틈없이 꽉 찬 돗자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빈 소주병을 하나 둘씩 모으고 있었다. A씨는 "주말마다 한번씩 나와서 빈병 모아서 파는데 3000원 정도 번다. 다음달부터 술 마시는 사람들이 사라지니 쏠쏠했던 용돈 벌이도 끝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이날은 7월 1일부터 금주구역으로 운영되는 민락수변공원에서 음주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주말로,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인근 가게 주인은 "평소 주말보다 방문객이 2배는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주말이라 그런지 친구, 연인뿐만 아니라 산책 차림으로 온 주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 친구들과 오랜만에 수변공원을 찾은 김모씨는 "대학시절 추억도 생각나고, 이곳에서 회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방문했다"며 "20~30대들 낭만이 있던 곳인데 금주구역으로 지정됐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24일 민락수변공원에서 수집된 30여개 빈 술병. 2023.6.27/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민락수변공원은 2010년대 초반부터 '헌팅 성지'라고 불리며 부산을 찾은 젊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근처 회 센터나 주점에서 포장 회, 전, 닭강정 등을 사서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며 술판을 벌일 수 있어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50~60대 부모님 세대까지 즐겨 찾는 장소다. 특히 여름철 해수욕장 개장과 맞물려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 방문객은 89만5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매년 쓰레기 무단투기, 만취 행패, 소음·악취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아 민락'술'변공원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에 수영구는 지난 5월 구의회에서 통과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근거로 민락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을 결정했다. 다음달 1일부터 민락수변공원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구는 여름철마다 무질서로 몸살을 앓아 온 민락수변공원을 건전한 여가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만난 시민들과 주변 상인들 대부분은 금주구역 지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 회 센터의 한 상인은 "술 마시러 오는 곳인데, 술을 못 마시게 하면 이 주변 가게는 다 망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한철 장사라 할 정도로 여름철에 손님이 많은데 올해 갑자기 금주구역으로 결정되면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상인은 "우리는 생계의 문제다. 민원이 많았다지만, 민원을 처리하겠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상인)의 밥벌이를 방해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심각할 경우 단체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민락수변공원 일대에 설치된 '금주구역 지정' 안내 현수막.2023.6.27/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금주령'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다.

해운대구에 사는 이모씨(26)는 "잔마다 과태료를 내는 건 아니지 않냐. 친구들끼리 과태료 n빵(인원수로 나눠 부담)하면 계속 술 마실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대신 관리 인력을 늘리는 등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구는 오는 1일부터 저녁 6시부터 익일 5시(여름 기준)까지 보건소 직원과 안전관리 용역근무자(계도 인력) 등을 투입해 음주 행위 단속에 나선다.

수영구 관계자는 "환경개선 및 다양한 콘텐츠 운영을 통해 민락수변공원을 가족친화적인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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