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에는 꽃이 펴요" 한국말 배우는 아프간 학생들 [르포]
부임 후 아프간 학생과의 첫 만남의 시간
아이들 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질문
교직원 등에 감사 인사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저희랑 같이 축구했으면 좋겠어요."
27일 오전 울산 동구 서부초등학교 4층 한국어반.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재학생 사라후딘이 서툰 한국말로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에게 수줍게 제안했다.
천 교육감은 사라후딘의 질문이 귀여운 듯 빙긋 웃으며 "시간만 정해주면 점심시간에 같이 축구하자"고 답했다.
이날 천 교육감은 부임 후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재학 중인 서부초를 찾아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 한국어반에는 2021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후 울산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 26명이 재학 중이다.
또 다른 학생 아스마는 천 교육감에게 "초등학교때 공부 잘 했어요?"라고 묻자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공부는 잘못 했지만 책은 좋아했다"고 멋쩍은 듯 웃으며 답했다.
아이들은 천 교육감의 방문에 들뜬 듯 "아이들은 몇 명이냐", "축구는 잘 했나", "잘 생겼다" 등등 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말로 질문을 쏟아냈다.
천 교육감을 맞이한 한국어반 교실은 아이들 표정처럼 화사했다. 아이들은 칠판에 '예쁜 말에는 꽃이 핀다'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고, 꽃 모양 스티커로 알록달록하게 장식했다.
아이들은 '라온제나(즐거운 우리)', '도란도란(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습)', '너울(물결)' 등 순 우리말을 쓴 카드를 만들어 천 교육감에게 들어보였다.
이날 천 교육감은 아프간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과 학교생활 적응 정도 등을 점검하면서 격려했다.
이어 아프간 학생과 재학생들이 잘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애써준 서부초 교직원과 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 등과 만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서부초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아프간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재학생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며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천창수 교육감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마음을 모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서부초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온 만큼 앞으로도 아프간 학생과 재학생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우리 정부를 도왔던 아프간 특별기여자 391명이 한국에 들어왔고, 이 가운데 29가구 157명이 울산시 동구에 거처를 마련하고 정착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들 자녀 85명의 공교육 진입을 돕고자 각급학교에 지원인력을 배치해 원활한 학생 생활 등을 돕고, 관련 예산 지원과 함께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 학생 85명은 지난해 3월 21일 배정된 학교로 처음으로 등교했다.
올해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 중에서 서부초에 다니는 학생은 26명이다. 이 중 11명은 오전에 한국어학급에서 수업 후 원래 배정된 반에 복귀해 수업을 받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서부초를 다문화정책학교·연구학교로 지정하고 통역자를 배치해 올해 8월까지 지원한다.
한국어강사도 2명을 지원한다. 학교에서 1명을 채용하고, 다문화지원센터에서 1명을 순회지원한다.
아프간 학생 배치와 대규모 공동주택 입주에 따른 학부모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본관 뒤쪽 교실 9실과 서편 화장실 4실, 급식소도 증축할 계획이다. 공사비는 69억 원이다.
교실과 화장실 증축공사는 내년 2월 완료할 예정이고, 급식소 증축공사는 올해 여름방학에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서부초 외에도 아프간 자녀 57명이 유치원(18명) 또는 학교(중 15명, 고 20명, 특수 4명)를 다니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서부초 학생 외에도 중도입국·외국인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적응을 지원하고자 2~6개월 동안 한국어학급 집중교육시기를 운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gorgeousk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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