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 민진당 ‘미투’ 사건으로 벌금 3800만원…총통 선거 앞 악재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당내 ‘미투(나도 고발한다)’ 사건으로 90만 대만달러(약 38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내년 1월 치러지는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타이베이시 노동국이 당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민진당에 벌금 90만 대만달러를 부과했다고 중앙통신사 등이 27일 보도했다. 타이베이시 노동국은 이와 관련해 민진당 내 두 건의 성폭력 사건을 조사한 결과 성별업무평등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사회적 영향이 크고 비난 정도가 커 가중 처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진당 내 성폭력 사건 조사는 지난달 당원 출신인 한 여성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피해 여성은 지난해 당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뒤 당에 신고했으나 오히려 부당한 대우와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진당 내에서는 10여건의 ‘미투’가 이어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타이베이시 노동국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은 고용주의 법적 의무이며, 각 사업장에서는 성희롱 사실을 알게되면 반드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민진당 내에서 발생한 후속 사건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하고 법에 따라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를 7개월 가량 앞두고 민진당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민진당 주석이자 차기 총통 선거 후보인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잇따라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차이 총통과 민진당에 대한 지지율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 지지율은 42.3%로 지난달 조사 때(45.3%) 보다 3%포인트 낮아져 2020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지난달 31.3%였던 민진당 지지율은 24.6%까지 낮아진 상태다.
유잉룽(游盈隆) TPOF 이사장은 “차이 총통 지지율 하락에는 두 가지 주된 이유가 있는데 첫째가 민진당 내 다수의 성희롱 사건의 영향”이라며 “대중의 실망이 내년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는 내년 1월13일에 동시에 치러진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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