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남산 등 도심 곤돌라 논의, 왜?···요코하마 ‘에어 케빈’ 가보니

김보미 기자 2023. 6. 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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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과거 부두가 있었던 신코(新港) 지역에서 편도 630m 길이의 로프웨이(곤돌라) ‘요코하마 에어 캐빈’(YOKOHAMA AIR CABIN)이 공중을 지나가고 있다. 김보미 기자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중구 과거 부두가 있었던 신코(新港) 지역 우가공원. 지난 23일 오후 일정한 간격으로 은색 곤돌라가 쉴 새 없이 오갔다. 부두 건너편 지하철 사쿠라기초역까지 편도 630m를 연결하는 로프웨이(곤돌라) ‘요코하마 에어 캐빈’(YOKOHAMA AIR CABIN)이다. 일본에서 평지에 설치된 첫 도심형 곤돌라다.

서울시가 한강에 이어 남산에도 곤돌라 구상을 발표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에어 캐빈을 탑승한 후 “남산 추진 중인 곤돌라와 길이가 비슷한 데 건설 기간이 1년 정도였다고 한다”며 “설계와 시공을 동시하면 2025년 말쯤 (남산 곤돌라를) 시민분들이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운행을 시작한 에어 캐빈은 5분 정도의 짧은 노선이다. 8인승 캐빈을 타면 최고 40m까지 올라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 우가공원은 붉은 벽돌의 세관창고를 쇼핑몰로 바꾼 아카렌카, 대관람차, 미라이미나토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곤돌라가 관광 요소를 더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과거 부두가 있었던 신코(新港) 지역에서 편도 630m 길이의 로프웨이(곤돌라) ‘요코하마 에어 캐빈’(YOKOHAMA AIR CABIN)이 공중을 지나가고 있다. 김보미 기자

캐빈 36대가 3분 간격으로 다녀 평일인 이날은 많이 기다리지 않고도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주말에는 1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성인 기준 편도 요금이 1000엔, 왕복 1800엔으로 시내버스 한 정거장 거리를 1만원 주고 건너는 셈이어서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대중교통보다는 수변과 야경을 조망하는 관광용으로 인식돼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2월 누적 100만명, 9월 200만명에 이어 지난달 300만명을 넘겼다. 일본 연휴인 골든위크 기간이었던 지난 5월 4일은 하루 최대 1만1000명 이상이 탔다.

콜롬비아 메데인의 아세베도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2.07㎞를 오르면 1.47㎞ 높이에 있는 종점, 산토도밍고가 나온다. 이 지역은 과거 총성이 난무하던 곳이었지만 케이블카가 들어서면서 평화를 찾았다. 케이블카는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으로 시민들에겐 ‘평화의 상징물’이다. 정희완 기자

보통 곤돌라는 산악 지형 대체 교통망이나 스키장 등 여가용 이동망으로 활용됐다. 콜롬비아 메데인시는 해발 1500m 산동네를 2000년 초반 산 밑 다른 지역과 케이블카로 연결해 유동인구를 늘리면서 무법천지였던 산 위쪽 치안 상황을 개선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역시 해발 3800m 도심에 곤돌라를 설치해 고지대 교통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미국 첫 통근용 공중 트램인 뉴욕 루스벨트 트램웨이는 지하철과 함께 루스벨트 섬과 맨해튼을 잇는 대중교통이다.

반면 최근에는 요코하마와 서울처럼 도심 랜드마크 차원에서 곤돌라가 등장한다. 공중에 설치돼 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도 새 볼거리를 만들기 용이하고, 다른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건설 기간도 짧아서다. 2012년 런던올림픽 계기로 조성된 영국 런던 템스강의 IFS 케이블카도 비슷한 개념이다.


☞ [행복기행](9) 메데인을 바꾼 케이블카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1605021000011

하지만 곤돌라 구상은 현실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반 시민들이 이 같은 공중 교통수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앞서 도쿄도 고토구가 2020 도쿄올림픽에 맞춰 지역에 건설되는 경기장과 도심을 잇는 노선으로 곤돌라를 논의했으나 구체화되지 못했다. 후쿠오카시는 2019년 도심 하카타역과 바닷가 하카타항을 잇는 노선을 ‘국내 첫 도심 곤돌라’를 앞세워 건설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고액의 건설비로 복지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시장이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요코하마의 경우 주변 고층 아파트에서 개인 생활 노출 문제로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과거 요쿄하마 공공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쿠니요시 나오유키 요코하마시립대 객원교수는 “그래서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며 “(건설) 공사는 1년 걸렸지만, 요코하마는 디자인 조율 협의가 오래 걸려 (계획에서 완공까지) 2년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강풍과 지진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구조뿐 아니라 지주 부분 골조까지 디자인 검토 대상에 넣어 곤돌라 자체가 부각되지 않도록 의자 등받이 정도에만 조명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신코(新港) 지역 우가공원에서 ‘요코하마 에어 캐빈에 탑승하기 전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요금 정책도 곤돌라 운영에서 관건이다. 요코하마 에어 캐빈의 경우 사쿠라키쵸 역사와 연결돼 주로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주변 야경 등을 보고 역으로 향하는 편도 이용객이 대부분이다. 이에 곤돌라 편도 티겟과 인근 대관람차, 수상버스를 함께 이용하면 할인되는 상품 구매율이 높다고 한다.

현재 남산 케이블카의 경우 성인 기준 왕복 1만4000원, 편도 1만1000원이다. 요코하마와 달리 왕복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이는 남산은 곤돌라 운영 시 이 같은 요금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오 시장이 “대중교통 수단으로도 편리하기는 할 텐데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은 없는지”를 묻자 쿠니요시 교수는 “도시 교통수단으로서는 가격을 좀 내려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남산의 모습을 새로 만들면 더 돋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코하마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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