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나온 6월 모평 점수보니.."수학 8년새 가장 어려워"
지난 1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모평)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와 영어는 난이도가 비슷했지만 어렵게 출제된 수학의 영향이 컸다. 특히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이과생에 유리한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단 평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같은 6월 모평 채점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6점, 수학 151점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각각 2점, 6점 높아졌다. 국어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 동점자가 1492명으로 지난해 수능(371명)보다 4배 가량 늘었다. 1등급을 구분하는 표준점수(등급컷)도 130점이었다.
수학은 6월 모평 표준점수 최고점이 '불수능'으로 꼽히는 2022학년도 수능 최고점(147점)은 물론 지난해(145점)보다도 높았다. 2016년 이후 6월 모평 기준으로 가장 높아 최근 8년새 가장 어려웠단 평가다. 최고점 동점자도 648명으로 지난해 수능(934명)보다 줄었다. 1등급 등급컷은 134점으로 지난해 6월 모평(134점)·수능(133점)과 비슷했다.
수능의 성적 표기법인 국어·수학 영역의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획득한 점수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것이다. 통상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가 높아진다. 입시업계에선 표준점수가 140대 중반을 넘어서면 시험이 어려웠다고 평가한다. 올해 6월 모평에선 수학이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려웠단 의미다.
영어 영역은 응시자 2만9042명(7.62%)만이 1등급을 획득했다. 영어는 2018학년도 시험부터 원점수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획득하면 1등급을 부여 받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영어 1등급 획득 비율은 지난해 수능(7.83%)보다 0.21%포인트(p) 감소했다.
통합수능 수학은 수학Ⅰ·Ⅱ를 공통과목으로 치르고, '미적분'과 '기하', '확률과 통계'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한다. 통상 이과생은 미적분과 기하를, 과학탐구를 응시한다. 국어는 '문학'과 '독서'를 공통으로 치르고,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중 한 과목에 응시한다. 등급과 백분위, 표준점수는 선택과목 그룹별로 분리해 계산하지 않고 통합해 계산한다.
6월 모평에서 수학 미적분을 선택 비율은 48.5%, 확률과 통계 47.8%로 미적분이 확률과 통계 선택 비율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수험생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 때문에, 문과 학생 상당수가 이과 수학 미적분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단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난도 문제가 빠지는 기조 변화에 따라 앞으로 미적분 집중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학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이과 수험생들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체들도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 문과 계열에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 대표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151점으로 최근 8년새 가장 어렵게 출제됐고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15점으로 지난해 수능(11점)보다 더 벌어졌다"며 "국어와 수학 과목간 점수차가 크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학에서 유리한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상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탐구영역 응시자 중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도 47.8%로 지난해 6월 모평 대비 1.5%포인트 증가한 반면 사회탐구는 2.3%포인트 감소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2학년도 수능부터 사회탐구 1과목, 과학탐구 1과목 응시가 가능해짐에 따라 사회+과학탐구 응시자가 탐구 응시자 중 3.7%를 차지했다"며 "인문계열 대학 입학 정원의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올해도 자연계열에 첨단학과가 다수 신설된 데다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으로 매년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번 6월 모평에 응시한 수험생은 38만1673명이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44만7669명)보다 6만5996명 적은 규모다. 재학생은 30만6203명(80.22%),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7만5470명(19.77%)이었다.
한편 수능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방안과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6월 모평에서도 윤 대통령의 이런 주문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교육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감사를 결정했고, 대학입시를 담당하는 해당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평가원을 맡고 있던 이규민 원장도 "6월 모평과 관련해 기관장으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16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백브리핑에서 "3월부터 '공정한 수능'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6월 모평에서 처음으로 실현했다"며 "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날 22개 킬러 문항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공교육 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어려운 문항을 출제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부총리는 "킬러 문항 배제로 물도 불도 아닌 공정한 수능이 될 수 있다"며 "변별력 확보라는 수능의 중요한 역할을 약화시키지 않고 수능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혼란이 없도록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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