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KBS 수신료 분리징수, 법률 체계 안 맞아…위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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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 방송현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송통신위원회가 KBS·EBS 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상위 법인 방송법과의 충돌 우려를 제기했다.

방송법에는 TV(텔레비전) 수상기를 가진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개정 추진 중인 시행령에서는 징수를 할 수 없는 조건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통상 상위 법의 집행을 용이하게 하는 규칙인데 방통위의 시행령은 사실상 상위 법과 배치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방송현안 간담회에서 "방송법은 수신료를 통합징수해야 한다는 근거를 담고, 시행령은 징수 방법을 규정한다"면서 "(방통위의 시행령처럼) 특정한 방법은 안 된다고 하는 시행령이 어디있나.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가 수신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방송법을 개정해 아예 수신료 징수 근거를 없애던지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방통위가 지난 16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전기요금에 TV 수신료를 합산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현행 시행령 42조2항을 '한국방송공사가 지정하는 자(현재 한국전력공사)가 자신의 고유업무 관련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함'으로 개정한다.

KBS의 재원을 규정한 방송법 56조 위반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필모 의원도 "방송법 56조에는 KBS 등의 경비는 TV수신료로 충당하도록 돼 있다. 공영방송 KBS의 재원을 담보해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만약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면 수신료 징수율이 크게 떨어지므로 사실상 56조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서도 수신료와 관련된 행위는 방송 내용에 대한 불만과 무관하게 입법부 권한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시행령은 위법하다고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방송법 66조에 따르면 수신료를 납부기한 내에 내지 않으면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만약 가산금도 내지 않으면 방통위의 승인을 받아 재산압류 등 국세 체납 때와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된다.

변재일 의원은 "월 2500원에 불과한 TV 수신료를 아무리 체납해도 수 만원에 불과한 데 추징해봤자 행정 비용이 더 든다"며 "사실상 수신료를 폐지하는 효과가 날 것이고, 1년에 6000억원 가량 예상되던 수신료 수입은 1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럼 KBS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이 문제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방통위는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절차를 27일 마무리했다. 입법예고는 10일 간 진행됐다. 통상 입법에고는 40일 가량 진행되지만 방통위는 사안 시급성을 들어 열흘로 단축했다. 향후 방통위 의결과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시행된다.

KBS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다음 달에라도 시행령을 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수신료를 대신 징수할 징수원을 도입하는 등 여러 방식을 고려해야 하지만 당장 조치는 못했다. 그 정도로 지금 대안이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