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V리그 막내 구단을 어찌할꼬?

최현길 기자 2023. 6. 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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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9월 창단식을 열고 출범한 막내 구단이다.

영입 당시 '2018년부터 미국 브라운대학교 감독직을 맡아 2021년 아이비리그 1위로 이끌며 학교 역사상 최초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토너먼트 진출을 달성한 지도자'라고 구단 스스로 칭찬했던 그 감독이 돌연 사퇴한 것이다.

V리그 여자부는 최근 몇 년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막내 구단도 V리그 위상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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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헨 킴. 사진제공 | 한국배구연맹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9월 창단식을 열고 출범한 막내 구단이다. 성적은 신통치 않다. 2021~2022시즌 3승(28패)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2022~2023시즌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승수가 조금 늘어 5승(31패)을 거뒀지만 역시 꼴찌를 벗어나진 못했다. 성적 부진으로 초대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스스로 물러났다.

뒤처진 것은 경기력뿐이 아니었다. 코트 밖도 어수선했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학폭 논란’으로 사실상 국내 리그에서 퇴출된 쌍둥이 자매 중 언니인 이재영과 접촉해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외국인선수 니아 리드(미국)는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젤리를 갖고 입국했다가 적발됐다. 오랫동안 쉬쉬하면서 구단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리드는 시즌을 마치지 못한 채 떠났다.

기존 구단들에선 상상하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 우승의 일등공신 박정아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면서 주목을 받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일처리가 비웃음을 샀다. 보호선수 명단에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뺀 것이 화근이었다. 도로공사는 기다렸다는 듯 보상선수로 이고은을 지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페퍼저축은행은 불과 6일 만에 트레이드로 그를 다시 데려왔지만, 이 과정에서 미들블로커(센터) 최가은과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도로공사에 내줬다. 가만히 앉아서 큰 손실을 봤다.

이번에는 외국인 감독이 말썽이다. 새 시즌 준비로 한창 바빠야 할 시기에 아헨 킴 감독(미국)이 부임 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영입 당시 ‘2018년부터 미국 브라운대학교 감독직을 맡아 2021년 아이비리그 1위로 이끌며 학교 역사상 최초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토너먼트 진출을 달성한 지도자’라고 구단 스스로 칭찬했던 그 감독이 돌연 사퇴한 것이다. 구단은 25일 “아헨 킴 감독이 최근 가족과 관련한 개인사정으로 사퇴했다”고 설명했지만, 개인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결국 FA 영입을 비롯해 아시아쿼터 및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를 앞장서 지휘했던 킴 감독은 공식경기를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구단은 조속히 새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지만,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V리그 여자부는 최근 몇 년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 4강 진출과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의 폭발적 인기 덕분이다. 하지만 김연경도, 인기도 영원할 수는 없다. 방심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팬들을 대해야 그나마 오래갈 수 있다. 막내 구단도 V리그 위상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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