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하며 살았더니, 100세가 넘었다.
"100세까지 사세요" vs "100세 이상 사세요"
나이든 분들에게 흔히 하는 인사말의 '100세까지'를 이제 '100세 이상'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90대 인구는 현재 22만 1236명이다(행정안전부 인구 현황 자료). 몇 년만 더 있으면 100세가 되는 분들이다. 100세 이상은 6932명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본은 100세 인구가 작년 말 9만 명을 넘었다. 다만 일본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2.4배 많은 1억 2500만 명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곧 본격적인 100세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이 중요한 시대다. 90세, 100세가 넘어도 누워서 오래 앓고 있다면 장수의 의미가 거의 사라진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한 사람이 진정한 장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수명인의 대표 격으로 올해 103세(1920년생)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 철학과)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도 주 2~3회 강의, 외부 활동, 집필 등으로 젊은이 못지않은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강의를 나가면 '장수 비결'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김형석 교수는 "조심조심하면서 사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김 교수 본인이 어릴 적 몸이 허약해 부모님께 걱정을 많이 끼쳤다고 했다.
김 교수가 90세 넘어 또래 친구들을 만나 보니 모두 어렸을 때 몸이 허약해 조심조심 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등산, 축구 등 운동에 열심이었던 친구들은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몇 명의 사례를 일반화할 순 없다. 운동에 몰입했던 김 교수의 친구들은 지나치게 몸을 혹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운동 후 과도한 음주, 흡연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103세에도 식단 관리-운동에 철저한 편이다. 아침은 우유(칼슘, 단백질 등), 호박죽(베타카로틴, 비타민 A 등), 반숙 달걀(단백질 등), 채소 샐러드(비타민 C 등), 토스트나 찐 감자(탄수화물), 사과 몇 조각(식이섬유) 등을 먹는다. 점심- 저녁식사 때는 육류(단백질)도 먹는다. 각종 영양소의 균형이 잘 갖춰진 식단이다. 아침 식사 후에는 집 근처의 야산을 산책한다. 비탈길도 있어 근력 운동 효과가 있다.
올해 95세인 배우 신영균 한국영화인원로회 명예회장은 30대에 얻은 당뇨병 관리를 통해 건강수명을 누리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젊을 때에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흡연도 안 했지만 경고등(당뇨병)이 켜진 후 더욱 몸을 아끼게 됐다고 했다. 아침은 콩국(단백질-식이섬유 등)을 마시고. 점심은 외부에서 조미료를 최소화한 메뉴로 소식한다. 하루에 6천보 정도를 걷고 가벼운 근력 운동도 틈틈이 한다.
두 분의 사례는 젊을 때에 겪은 건강 경고를 슬기롭게 잘 받아들여 건강수명으로 이끈 케이스다. 몸의 이상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평생 금연, 술 절제, 음식 조심, 운동에 더욱 신경 쓰면서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는 것이다. 89세 이순재 배우는 2시간이 걸리는 긴 연극의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 지금도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젊을 때부터 아예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술을 좋아했던 동료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흔히 장수는 유전이라고 말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장수 집안에 장수인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거의 조상들이 물려준 생활습관의 힘이다. 어렸을 적부터 길들여진 좋은 습관을 나이 들어서도 그대로 유지, 건강수명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건강수명을 누리는 분들 중에 편하다고 마냥 앉거나 누워 지내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정식 운동은 안 하더라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평생 헬스클럽 근처에도 못 가본 노인들이 오래 사는 이유다.
92세 박기병 대한언론인회 회장은 기자가 건강비결을 묻자 '집 안 청소'를 가장 먼저 꼽았다. 오전 6시 기상 직후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 후 집안을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는다. 40분 정도 집 안 구석구석을 치우고 나면 온몸에 땀이 난다. 아내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다. 본인 스스로 운동 삼아 청소를 하니 아내도 좋아한다고 했다. 아침 청소 하나로 운동, 부부 금슬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건강수명을 누리는 분들은 인지 기능 유지에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매일 일기 등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 모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육체 건강, 정신 건강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매일 걷기는 거의 필수이고 근력 운동도 한다. 음식도 단백질, 칼슘, 탄수화물을 생각해 골고루 먹는다. 중년 이상이 되면 소화액이 줄기 때문에 소식이 일상이다. 건강수명은 노력의 산물이다. 40~60세는 건강수명을 향한 출발점이다. 내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아들, 딸들이 부담을 덜 수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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