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이 발목잡아도···우크라 반격, 더뎌도 진격

김서영 기자 2023. 6. 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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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영토 탈환 추가
“드니프로강 너머로 영역 확장”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에서 스웨덴산 CV90 장갑차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격 개시 3주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가 드니프로강을 건너 진격을 이어갔다.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설치한 지뢰에 발목을 잡혀 기대보다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러시아군 내 혼란이 이어지는 틈을 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친러 성향 텔레그램 채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 헤르손시의 강 건너 마을 다치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 일대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압박할 수 있는 요충지다. 그동안 드니프로강을 경계로 우크라이나는 서안에, 러시아군은 동안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군이 강 건너 동안으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이달 초 카호우카 댐이 터지며 드니프로강 수위가 낮아진 덕에 강을 건너기 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 사샤 코츠는 “지난주 드니프로강 안토니우스키 다리 지역에서 적의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며 “우크라이나가 좌안(동안)에 자리를 잡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지난 25일 동부 도네츠크주 리우노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영토 130㎢를 탈환했으며, 리우노필을 9번째로 탈환해 지난 일주일 동안 영토 17㎢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우크라이나 보병부대는 격전지 바흐무트 외곽에서 500~1000m 가량 진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로 “오늘 우리 군은 모든 방향에서 진격했다. 행복한 날”이라며 “이런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무트와 자포리자를 찾아 ‘우크라이나 영웅’ 훈장을 수여하는 등 장병들을 격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모든 땅, 분명히 모든 것이 해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이 폭파된 이후 지난 25일(현지시간) 드니프로강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진격 속도가 공언했던 ‘대반격’에 대한 기대보다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군이 매설해 둔 지뢰 탓이라고 분석했다. 구불구불한 언덕이나 울창한 숲이 우거진 북부와 달리 남부 지형은 대부분 평평하고 탁 트인 들판이다. 러시아가 여기에 구축한 광대한 지뢰밭이 서방이 제공한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을 저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 결과 미국이 지원한 브래들리 장갑차 등이 지뢰를 밟고 이동 불가능한 상태가 되거나, 우크라이나군이 전체적인 전열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사령관은 “지뢰가 어디에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장애물로 인해 미국이 넘겨준 브래들리 장갑차 113대 중 적어도 17대(15% 이상)가 손상 및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반격 개시 이래 우크라이나가 최대로 진격한 거리 역시 4마일(약 6.4㎞)에 그친다. 이는 러시아의 주요 방어 진지에 도달하기까지 가야 하는 거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26일(현지시간) 도네츠크주의 전선을 찾아 군 지휘관들과 논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은 반격 속도가 느린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인내심을 보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초기 반격 속도가 “심각하다. 우크라이나가 일정에 뒤처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군 관계자는 러시아의 방어 수준을 감안하면 속도가 느려질 것은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남쪽 영토를 두 지역으로 분할해 크름반도에 대한 공급 라인을 차단하고, 추가 진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 한다. 이제 우크라이나가 주요 방어선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전차와 병력을 지뢰로부터 보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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