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번엔 ‘새 양곡법’… 정부 “원칙적 불가”

양곡법 폐기 70일 만에 재추진
여당 “쌀 사줘야 한다 자체가 잘못
재차발의는 국회무시 입법폭주”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무매입 기준을 완화한 새로운 양곡관리법(양곡법)을 상정했다. 앞서 발의한 기존 양곡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재표결에 부쳐져 최종 부결된 지 70여 일 만이다.

정부는 현시점에서 수용은 어렵지만, 기존보다 적용 대상이 축소되는 등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폐기된 법안을 재차 발의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농해수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앞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재의결을 추진한 기존 양곡법이 국회에서 최종 부결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로 폐기 당일인 지난 4월 13일 발의됐다.

윤준병안(案)은 농외소득 3700만 원 이하의 일정 조건을 충족한 ‘기본직접지불금 지급 대상자’가 쌀 생산비용의 110% 가격으로 매입을 요청할 때만 정부가 사들일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존 양곡법보다 의무매입 기준을 한층 완화한 것이다. 또 통계청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미곡 생산비를 조사·발표하고, 매년 9월 말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는 영세 쌀 농가로 대상을 축소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민주당이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민주당이 주도해 재표결을 진행했음에도 최종 폐기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시점에서의 수용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무책임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농해수위원은 “농사짓는 땅 면적이 80만㏊(헥타르)이고 이 중 70만㏊가 벼농사인데, 10만㏊의 나머지 다른 농사짓는 농민들까지 모두 쌀 재배한다고 할 것”이라며 “의무매입 조항으로 정부가 쌀을 사줘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의원이 발의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회의에서 일괄 상정됐다. 해당 법안들은 농수산물 가격이 평년에 비해 5% 이상 오르지 않으면 비축용 농수산물을 판매·방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쌀의 시장가가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목표가격 공시 및 변동직불금제를 부활시켜 농업인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을 골자로 해 양곡법 부결에 대한 대응용이라는 지적이다.

김성훈·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