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8년 전 계약에 '발목'…30억원 세금으로 메우나?

포항CBS 문석준 기자 2023. 6. 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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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신축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문제가 빚어지며 애꿎은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년 뒤인 2017년 협성건설은 용황지구에 1588가구 규모의 협성 휴포레 아파트를 완공하고 17억 원의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경주시에 납부했다.

경주시가 관련법을 알면서도 조합과 건설사의 사적인 계약만 믿고 조합에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시민 세금으로 30억 원에 달하는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메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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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성건설 제기한 17억원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반환 소송 1심 패소
준공 앞둔 아파트에는 건설사 대신 빈껍데기 조합에 13억 납부 요청
2심 패소하면 30억 달하는 부담금 시민 세금으로 메울 가능성↑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주 용황지구 에일린의 뜰 아파트 전경. 문석준 기자


경북 경주에서 신축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문제가 빚어지며 애꿎은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주시가 부담금을 받지 않고 준공 승인을 내기로 했지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시민 세금으로 부담금을 메워야하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경주시에 따르면 용강동 용황지구에 들어선 795가구 규모의 '경주 뉴센트로 에일린의 뜰'은 준공승인을 거쳐 당초 6월 말이나 7월 초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입주를 코앞에 두고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부담금을 납부할 것으로 예상됐던 '에일린의 뜰'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가 13억 원 가량의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원칙적으로 부담금을 받지 못하면 경주시는 준공승인을 할 수 없어 입주는 불가능하다.

문제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용황지구 개발 주체이자 시행자인 경주용황지구도시개발사업조합은 사업자인 HS서라벌, 아파트 건설사입 협성건설과 '도시개발 사업 2건에 대해 책임준공을 하고 모든 비용은 HS서라벌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HS서라벌은 용황지구 개발사업을 직접 맡은 일괄수급자로, 협성건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자 자회사 성격을 갖고 있다.

2년 뒤인 2017년 협성건설은 용황지구에 1588가구 규모의 협성 휴포레 아파트를 완공하고 17억 원의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경주시에 납부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갑자기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17억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하수도법(61조)과 택지개발촉진법은 택지개발사업 부지에 건물을 신축할 경우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가 납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경주시는 2015년 조합과 협성건설이 체결한 계약을 근거로 반박했지만, 지난 5월 17일 1심 법원은 협성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이후 경주시는 어쩔 수 없이 '에일린의 뜰'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가 아닌 조합에 부담금 납부 고지서를 보냈다. 하지만 조합은 현재 청산을 위한 해산 절차를 앞두고 있어 자금이 없는 상태다.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문제로 예정된 입주에 차질을 빚게 된 입주 예정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조합과 건설사, 경주시의 무책임한 부담금 떠넘기기로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7월 초 이사를 위해 기존 집을 매매하는 등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며 "경주시가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주시 에코물센터는 26일 부담금을 받지 않고 배수설비 준공검사 승인을 하기로 했다. 이후 주택과가 관련 자료 자료를 취합해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전체사용승인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8년 전 경주시의 안일한 행정에 대한 비판여론은 커지고 있다. 

경주시가 관련법을 알면서도 조합과 건설사의 사적인 계약만 믿고 조합에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시민 세금으로 30억 원에 달하는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메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수 있어서다.

경주시 관계자는 "당시 행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건설사들도 자신들이 체결한 계약 내용을 알면서도 법을 교묘히 악용해 입주예정자를 볼모로 경주시를 압박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는 항소하고 당시 계약을 더 정밀히 분석해 2심에서는 승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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