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김용화 감독이 구현한 우주에 떨어진 도경수 ‘더 문’ [종합]
[뉴스엔 글 이민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한국형 우주 영화가 온다.
영화 '더 문' 제작보고회가 6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제작보고회에는 배우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와 김용화 감독이 참석했다.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쌍천만 신화 '신과함께' 시리즈 김용화 감독의 첫 우주 프로젝트로 대한민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차원이 다른 우주 생존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를 하면서 이야기가 현실에 발을 잘 딛고 있어야 하는건 필연적으로 작가, 감독이 취해야 하는 몫이지만, 영화가 판타지이다 보니까 같은 감정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또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 원안을 봤다. 저승은 부족하게나마 만들어봤으니까 어릴 때부터 꿈꿨던 우주와 달에 대해 도전장을 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기획 이유를 밝혔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가 고립된 대원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나로 우주센터 전임 센터장 재국, 달에 혼자 남겨진 대한민국 우주 대원 선우, NASA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문영으로 변신해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는 "시나리오는 여태까지 받아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였다. 나는 달로 나가는 우주인 역은 아니었지만 우주 세계를 그린 영화라 호기심이 있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김용화다"고 말했다.
도경수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냥 너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우주 영화가 만들어진다는게 신기했다. 선택하게 된 이유는 훌륭한 선배님들과 감독님 때문이다. 망설이지 않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희애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설��다. 난 주로 드라마적인 이야기에 출연했는데 SF, 스펙터클한 영화 시나리오를 받으니 설레고 떨리더라.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최고의 배우들, 김용화 감독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가슴 뛰는 출발이었고 촬영 내내 너무 행복했다"며 미소 지었다.
설경구는 "극 중 5년 전 한국 최초로 유인 달탐사선 프로젝트 총책임자였고 우주센터 센터장이었다. 그 프로젝트가 발사와 동시에 폭파해 대원을 잃고 비극적인 사건으로 마무리 된다. 세상을 멀리 하고 산 속에 있는 천문대에 기거하고 있는 김재국 역을 맡았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는 "상업 영화에 목 말라있다. 쌍천만 영화를 한 김용화 감독이라면 믿고 나를 맡겨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볼 필요가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용화 감독은 "'오 브라더스'란 영화로 데뷔했고 신인 감독이었는데 강남 모 카페에 미팅을 갔었다. 당시 '오아시스'를 한 대배우셨는데 날 알아보셨다. 오셔서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다' 하시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같이 작품을 하자' 했다. 그게 17년 전이다. 그 다음에 연락을 한번도 못 드렸는데 이 시나리오를 쓰자마자 떠올려서 찾아갔다"고 설경구와의 인연을 밝혔다.
설경구의 다이어트에 김희애는 "남자분들이 독한 것 같다. 너무 무섭게 해서 촬영 중에 입에 뭐가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없다. 식사시간에도 그냥 사라진다. 아침에 보통 모이면 새벽 3시에 일어나 줄넘기 3천개를 했다는 둥 그런 전설을.. 믿을 수가 없다. 싹 빼고 얼굴이 반쪽이 돼 나타나니까 옆에서도 긴장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설경구는 "도경수와 같은 화면에 안나온 걸 다행이라 생각한다. 투샷이 나온다고 하면 새벽 1시에 일어나서 뼈만 남겼을거다. 투샷이 안 걸린게 얼마나 다행인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도경수는 "선우는 우리호 막내대원이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달로 가는데 사고로 동료들을 잃고 호롤 남게 된다. 미션을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수행하려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김용화 감독은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건 외면도 중요하지만 이면에 그가 살아온 여러가지 느낌을 발견했을 때라 생각한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도경수는 그게 엄청난 배우다. 이 친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남자고 이 영화에 나온 선우 캐릭터에 버금갈 정도로 이타적인 면도 가지고 있고 많은 아픔도 있다. 그게 안 보이는데 그게 매력이다. 이 배우가 굉장히 오래 갈 것 같다"고 극찬했다.
고립된 캐릭터를 연기한 도경수는 "혼자 연기할 땐 선우 감정이 극적이라 집중해서 몰랐다. 감독님이 편집본을 보여주셨는데 지구 우주센터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그게 너무 부럽더라. 감독님과는 계속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 외에는 대기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선배님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김희애는 "NASA 궤도선 메인 디렉터이다. 우리나라와 인연을 끊고 산 지 오래다. 달에 고립된 대원을 구하기 위해 나에게 연락하지만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문영 캐릭터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NASA 메인 디렉터 역이다 보니 영어를 해야했다. 용어가 생전 써보지 않은 단어들로 이뤄졌다. 앉아계신 외국 배우분들도 다 지적인 분들이었다. 그분들 앞에서 잘난척 하면서 영어를 하려니까 심장이 벌렁거렸던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김용화 감독은 "'나는 이런 감정이다'를 먼저 하시고 '시나리오를 봤을 땐 이런 감정이다'를 하시고 '이런 감정도 있다'를 보여주셨다. 배우의 준비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며 김희애의 놀라운 준비성을 공개했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는 이야기의 특성상 한 공간에서 만나 연기 호흡을 맞추지는 않은 상황.
김희애는 "옆에 있지 않았구나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인지됐다. 배우가 모든 걸 경험해서 하는 직업이 아니라 상상과 자기만의 것을 풀어서 하는거라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용화 감독은 "배우들의 시나리오 해석력에 많이 의존했다. 특별한 디렉션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한 호흡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도경수와 만나는거 외에는 만남이 없었다. 다행히 도경수가 찍어놓은 분량을 보면서 하는 장면도 있고 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아서 다음에 얼굴 맞대고 하자 했다"고 말했다. 도경수 역시 "눈을 마주칠 수 있고 얼굴을 같이 두고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다 해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우주영화인 만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김용화 감독은 "실제를 근거로 한 이야기이니 실질절 고증이 수반돼야 했다. 시나리오의 재미적 요소 하나하나 자문을 통해 가능한지, 가능하려면 어떤 것을 알고 있어야 할지를 물었다. 박사님들이 이 영화를 너무 염원하시면서 스태프 이상으로 도움을 주셨다. 오히려 겁을 먹고 질문하면 '무조건 해라. 가능한 일이다' 하시면서 실제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에서 배우들이 허공에 대고 연기하는 걸 보며 죄송했고 다음 영화는 물리적 접촉이 많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소품의 질 하나하나 과학적이고 고증을 거쳐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난 주 무대가 우주센터인데 첫 촬영을 그 세트장에서 했다.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2층까지 풀세팅을 해줬다. 200명 가까운 요원들이 있었는데 매일 나와 각자 모니터를 보며 연기했다. 배우에게 엄청나게 현장감을 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달에서 고립돼 있었던 도경수는 "나도 감사했다. 진짜 리얼하게 만들어주셨다. 나는 실제로 달에 와있다고 생각하며 촬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희애 역시 "나는 외화를 참고삼아 보면서 굉장히 부럽고 우리는 언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모든게 완벽했다. 하다보면 조연이나 보조출연자에 따라 작품이 A급인지 B급인지 갈린다 생각하는데 외국인 배우들을 어디서 모셔 오셨는지 너무 연기를 잘 해주셨다. 그분들 연기를 보고 리액션을 하기도 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해줬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배우들을 모시고 이런 환경을 만들어줄 정도까지 왔다는데 소름 돋았다. 배우로서 흥분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희애는 "'더 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내가 시야가 너무 좁았구나를 알았다. 세계관을 이렇게 넓게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도경수 역시 "선우의 감정들이 극적이라 감독님과 이야기 하며 풀어냈다. 제일 놀랐던 건 촬영할 때 내가 두꺼운 우주복을 입고 있었는데 항상 날 위해 현장에 에어컨을 틀어주셨다. 여름에 다들 긴팔을 입고 있을 정도였다. 감사했다"고 밝혔다.
김용화 감독은 "나는 체험하는 영화를 즐겨왔다. 어느 순간 극장 환경이 OTT 드라마보다 퀄리티가 안 좋아지는 시기도 경험했다. '신과 함께' 다음 작품은 그동안 내가 수혜를 받았다면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체험을 돌려드리고 싶었다. 시청각적인 쾌감이 극도로 올라와 흥분되는. 그러려면 여러가지 기술적인 시도가 있어야 한다. 영화 보는 2시간 동안 마치 달에 와있고, 우주를 체험하고 있고, 그 안에서 조난 당했고 그런 체험을 하시고 좋은 감정으로 극장을 나서시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영화에 존재하는 물리적 요소인 화면과 사운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내가 보여드리고 싶은 감정과 스토리에서 관객들이 빠져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일환이다. 이왕 할거니까 흉내만 내는 수준에서 하고 싶지 않았고 다행히 내 생각을 일치시켜주는 대한민국의 전문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용화 감독은 한국에서 우주 영화가 흥행에 어렵다는 평에 대해 "'신과 함께' 때 한국에서 판타지는 절대 안 되는 장르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게 잘 됐다고 거기에만 매진할 수 없고 또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 질적인 부분의 완성도에 대해 다른 작품을 폄하하는건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 진심을 다해 만든다면 그 완성도에 관객분들이 찾아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격변하고 극장 환경이 변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 더욱 떨린다. 그래도 이 순간 내가 잘 할 수 있는건 진심 밖에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 문'은 오는 8월 2일 개봉 예정이다.
뉴스엔 이민지 oing@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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