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위기' 푸틴, 국정장악 과시하려 TV 앞에 섰다…효과는 '글쎄'

김예슬 기자 2023. 6.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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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서 정상성·통일성·안정 분위기 투영하려 노력"
"푸틴, 정상으로 돌아가려는 척…그의 착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TV 연설을 갖고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6.2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반란으로 훼손된 권위를 회복하려는 시도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효과가 있었는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를 넘긴 시각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이후 사전 녹화된 방송이나 화상 연설을 한 적은 있지만, 반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사건 초기부터 심각한 유혈사태를 피하고자 나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발생한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결정이 즉시 내려졌다"며 "어쨌든 무장 반란은 진압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도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행동이 사회로부터 단호하게 거부당하고 있으며, 그들이 저지른 모험이 러시아에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을 기회를 주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고 발언했다.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러시아 권력의 분열을 드러내고 푸틴 정권에 위협을 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 나선 것도 이러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또 다른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봉기의 가해자들을 비판하는 것과 대다수 용병들과 그들의 강성 지지자들을 적대시하지 않으려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단호한 어조였지만 피곤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설은 흔들린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주장하고, 반란이 러시아 안보의 깊은 결함을 드러냈다는 우려를 종식시키려는 푸틴의 노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반란 주동자들이 '배신자'이며, 이들이 국가를 흔들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반란의 조직자들은 국가와 국민을 배신했으며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까지 배신했다"고 주장하며 "동족상잔의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반란에서 물러난 바그너 전투원들과 지휘관들에게 감사하다. 바그너그룹의 대다수는 애국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의 주동자는 아니더라도 반란에 가담한 바그너 그룹을 옹호한 것은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은 러시아 사회 전체가 단결했다고 말하면서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관대함을 암시했다"며 "푸틴은 20년 통치 중 가장 심각한 위기 이후 정상성, 통일성, 안정의 분위기를 투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연설을 두고 "푸틴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평가했고, 뉴스위크도 "푸틴의 대국민 연설은 프리고진의 쿠데타 시도와 국가 내 권력 낙진 비판을 진압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러큐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이자 러시아 전문가인 브라이언 테일러는 뉴스위크에 "푸틴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척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착각"이라며 "러시아 시스템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안정과 질서에 대해 큰 질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민간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로스토프나도누 남부군 사령부를 떠나면서 시민과 웃으면서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바그너 용병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날 연설에서는 프리고진의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스카이뉴스는 "그는 자신이 적이라고 규정한 사람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는 바그너의 압도적 다수가 조국에 헌신한 애국자라는 것을 안다. 그들은 전장에서 이것을 증명했다"며 "그들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해 복무를 계속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 벨라루스에 가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분석가들과 외신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 매체는 프리고진이 여전히 기소된 상태라고 했지만, 푸틴은 최근 연설에서 반란을 끝내기 위한 거래가 유효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러시아 언론은 앞서 크렘린궁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일부 러시아 의원들은 프리고진을 참수하기를 요구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반란 지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위협을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푸틴의 연설은 아무것도 분명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오직 한 가지 반 정도 분명한 것은 (합의에 따라) 약속받은 사람들이 벨라루스로 망명할 수 있다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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