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인터뷰] '멋지다 연진아!'…임지연 "백상에서만큼은 날 칭찬하고 싶었죠"

박정선 기자 2023. 6.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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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조연상
51회 백상 이후 8년 만에 후보 올라 수상까지
글로벌 흥행 성공한 '더 글로리'의 박연진 역으로 신드롬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멋지다, 지연아!"

2023년 상반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멋지다'란 이야기를 들었던 배우는 임지연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악역 박연진 캐릭터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극 중 문동은 역 송혜교의 유행어인 "멋지다, 연진아!"의 주인공으로 사랑받았다.

올해 12년 차 배우인 임지연은 2014년 영화 '인간중독'의 주인공으로 혜성같이 등장, 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후 '더 글로리'로 8년 만인 올해 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쟁쟁한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수상의 영광까지 품에 안았다.

51회 백상부터 59회 백상까지, 8년간 임지연은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로는 혹평을 받기도 했고, 또 어떤 연기 변신은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과정 끝에 비로소 단단해졌다.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담금질하며, 얻은 것들을 자양분 삼고, 버팀목으로 삼았다. "멋지다, 연진아"란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멋지다, 지연아"란 칭찬을 스스로에겐 해주지 않았다. 이처럼 지난한 시간 끝에, 임지연은 8년 만에 다시 백상 무대에 섰다. 반짝이는 트로피를 품에 안고 나서야, 자신에게 "멋지다"란 칭찬을 건넸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그간 어떻게 지냈나.
"드라마 촬영으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SBS '공개사형투표'를 촬영 중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촬영 스케줄이 많아서 조금 바빴다. 수상의 기쁨을 즐길 새가 없이 정신없게 지냈다. 그럼에도 주변의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

-드디어 트로피가 나왔다.
"트로피는 집 트로피 모아놓은 곳 메인에 놓으려고 자리를 만들어놓았다. 엄청 무겁다. 이게 상의 무게인가.(웃음)"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겠다.
"소속사 사장님, 이정재·정우성 이사님이 너무 축하해주셨다. 그날 시상식이 끝나고 파티도 해주시고 고기도 사주셨다. (주변에서) 당연히 받아야 할 상처럼 너무 큰 칭찬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행복했다. 상을 받고 열흘 정도 만끽했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나.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후보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정말 기뻤다. 오히려 후보에 올랐을 때가 더 기뻤다. '인간중독'이란 영화로 백상 신인상 후보에 오른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이게 얼마 만의 백상이야'란 생각에 굉장히 떨렸다. 예쁜 드레스에, 잔뜩 준비했다. 그 마음이 설렜다. 그 생각이 신났다. 상에 대한 기대보다 후보에 오른 게 정말 기뻤다."

-수상 장면을 다시 봤나.
"'짤'로 돌아다니더라. 조금 봤는데, '(수상 소감을) 준비 좀 할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떨린 게 티가 나더라. 앞으로는 소감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너무 느꼈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다른 후보들과 함께 5분할 화면이 떴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마냥 신 났다. '우와 내가 저 5분할에 들어갔어. 여기 백상이야. 오랜만에 '더 글로리' 팀 만났어. 우와, 박은빈 씨다. 팬이에요!'란 생각에 정신이 없었다. 정말 좋아하는 예능인들도 계시고,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예능인들도 계시고. 그게 정말 신기한 거다. 그땐 제가 상을 받고, 안 받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작 상을 받고 나서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준비하지 않았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면 또 너무 크게 실망할 것 같았다. 그럼 큰 축제를 즐기지 못하니까. '더 글로리'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주신 사랑을 느끼자는 생각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후보에 올라있어서, 어떤 상을 받아도 마음껏 축하해주고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상을 받는 순간 '망했다' 싶었다."

-수상 소감 장면을 다시 보며 어땠나.
가해자 친구들이란 단어 좀 쓰지 말 걸 그랬다.(웃음) 창피하다. 김은숙 작가님과 안길호 감독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수상 소감을 하며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작가님, 감독님, 스태프 한 분 한 분 모두 다 기억할 정도다. 제가 연진이로 살 수 있게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제 능력으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현장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해낼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더 글로리3'를 하고 싶다. 하하하.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그 마음을 저 때 전하려다 보니 입이 잘 안 떨어지더라. 다시 보니,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하다."

-특별히 팀워크가 좋은 듯하다.
"이렇게 팀워크가 좋은 것도 쉽지 않은데. 진짜 절실하게 이 작품을 좋아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이날 드레스 코드는 무엇이었나.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 백상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하하하. 딱 연진스럽게, 아니면 여배우 느낌으로 드레스를 입고 싶었다. 부끄럽다.(웃음) 정말 신중하게 골랐다. 비비드한 컬러를 입어봤다가, 정말 풍성한 드레스도 입어봤다가. 근데 가장 순백의 드레스가 예뻐 보였다. 이날 혜교 언니와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피 튀기는 장면이 많았다 보니,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그래서 (송)혜교 언니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언니, 사진이요! 언니, 사진이요!' 하하하."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소감 중 '멋지다, 연진아!'를 외쳐 화제였다.
"그 순간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저는 저에게 칭찬을 잘 못 해주는 성격이다. 매번 자책을 많이 한다. '더 글로리'를 보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별로 없더라. 왜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혀 왔는지…. 그런 게 오래되다 보니까, 그날 만큼은 '이렇게 큰 상을 받았고, 많은 사람이 축하해주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만큼은 나 자신을 칭찬해주자'고 했다. 그 자리가 백상이었다. '내가 이거 잘해서 받는 거야'란 마음으로 카메라를 보며 나 자신에게 말했다."

-왜 자꾸만 자신을 채찍질하나.
"모르겠다. 왜 이렇게 다 못 한 것만 보일까. 그냥 자격지심인 것 같다. 배우로서 부족한 것만 보이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고, 항상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런 스타일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저는 나중에 큰 상 주시면 그땐 용기 내서 칭찬해주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멋지다, 연진아!'를 제 입으로 하고 싶었다. (김은숙) 작가님이 앞에서 정말 좋아하시더라. 배우들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알고 계셔서, 공감해주셨던 것 같다."

-김은숙 작가는 왜 한 번도 악역을 해본 적 없는 임지연을 캐스팅했을까.
"작가님이 정말 쿨하게 대답해주셨다. '기상캐스터가 잘 어울리잖아. 얼굴이 착하게 생겼잖아'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정말 이 작품이 하고 싶었다."

-데뷔 후 다사다난했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
"그냥 연기인 것 같다. '왜 이렇게 난 힘든 길만 갈까' 싶은 굴곡이 배우를 하는 큰 이유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지금 상을 받지만, 또 힘들어질 수도 있을 거다. 그냥 그 과정이 지금까지 연기를 붙잡을 수 있었던 자양분이자 버팀목이었던 것 같다."

-'더 글로리' 이후 쏟아진 호평도 믿지 못했나.
"솔직히 말해서, '더 글로리'가 잘 될 거란 예상은 했다. 그런데 그런 호평이 저에게 쏟아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근데 사람들이 '더 글로리'를 보고 동은이의 마음을 잘 따라가고 있는 걸 보니, '내가 그만큼은 이뤘구나'란 생각은 들었다. 정말 행복했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이 정도는 아닌데. 이 장면 대단한 고민하지 않았는데. 더 살릴 걸 그랬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영안실 장면에서 애드리브로 보이는 생활 연기가 일품이었다.
"'더 글로리'엔 애드리브가 없었다. 모두 대본에 적혀있던 것들이다. 준비를 많이 해서, 철저한 계산 하에 한 거다. 딱 한만큼 감독님이 정말 잘 편집해주셨더라. '됐고요!'하는 장면, 저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박연진 이미지가 남을 거란 우려는 없었나.
"굳이 연진이를 벗어날 것이라든가, 연진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그렇다고 연진이를 계속 사랑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하던대로 주어진 작품을 잘하다 보면 그대로 저를 봐주시지 않을까. 어떻게 칭찬만 매일 받겠나. 이 정도 칭찬은 처음 받아봤다. 잘 안돼서 절망도 하고, 생각보다 잘 돼서 기뻐도 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는 게 배우의 길인 것 같다. 어떤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싶진 않다. 연진이로 더 기억이 된다면, 연진이가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면 되는 거다."

-강렬한 악역인 터라, 우연히 만난 시청자들이 무서워하지 않았나.
"연진이라고 저를 싫어하지 않으셔서 놀라웠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날 싫어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컸는데, 그렇지 않더라."

-'연진이룩'으로 완판 스타가 됐다.
"워낙 화려하고 비비드한 옷이라 그런 것 아닐까. 연진이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동은의 무채색과 뚜렷하게 비교가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진 것이 많다는 게 중요한 인물인데, 그걸 스타일로 표현하고 싶었다. 완판됐다는 말은 기분이 좋았다. 제가 생각해도 예쁜 옷이 있었는데, 다 팔렸다는 거다. 사람 보는 눈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엄마한테 배신을 당하는 장면에서 입은 짧은 퍼 재킷이 있는데, 정말 예쁜 거다. 혜교 언니가 '연진이 정도면 털 하나 입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툭 던져주신 말로 떠올린 의상이었다."

-지난한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가족들은 무엇이라 하던가.
"엄마가 '우리 지연이가 제일 예쁘고, 제일 빛나고, 말도 잘하고 이런 칭찬을 해줬다. 엄마, 아빠는 '네가 당연히 (상) 받을 줄 알았어'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귀여웠다. 하하하."

-'더 글로리'를 통해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여기 지금 난리'라고 하더라. 제 친구가 태국 출장에 갔는데, '더 글로리'가 현지에서 인기가 정말 많아서 '연진이 연진이' 한다는 거다. K-콘텐트의 힘을 또 한 번 느꼈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또 어떤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까.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다. '더 글로리'에서 했던 역할과 정반대의 캐릭터인지라,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니,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정반대의 역할이라면.
"남편에게 무차별한 가정 폭력을 당하는, 삶에서 발버둥치며 벗어나려고 하는 임산부 캐릭터다. 굉장히 어둡고 공허하고 감정이 메말라 있는 역할이다. 연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더 글로리' 끝나고 바로 촬영했기 때문에 되게 힘들었다.(웃음)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두 여자의 서스펜스가 있는 스릴러 드라마라서,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다."

-송혜교에 이어 김태희와 호흡을 맞췄다.
"(김태희와 호흡을 맞춰서) 정말 좋았다. 처음엔 마냥 신기했다. 멀리서 '인형이다' 이랬다. 이제는 친해져서 동네 언니 같다."

-이제 전지현과만 연기하면, 태혜지와 다 연기해 본 거다.
"그 질문이 나올 줄 예상했다. 혜교 언니 다음 태희 언니이니, 다들 물어볼 것 같았다. (전지현이) 저와 곧 연기해주시지 않을까. 하하."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임지연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임지연은 어떤 배우인가.
"너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봤을 때, 제 장점은 다양한 얼굴인 것 같다. 앞으로 작품을 보실 때마다 임지연인 걸 잘 못 알아차리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그래 왔다.(웃음) '임지연이라고?' 이런 것. 그리고 연기하는 게 행복해 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단단한 배우가 되고 싶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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