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은 성공비결이 있었네…

2023. 6. 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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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PD에게 물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1회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이 4.9%에서 시작해 최종회가 18.5%로 끝난 데에는 작가, 배우들의 역할이 컸지만 이를 조율한 김대진 PD 또한 큰 공을 세웠다.

넷플릭스에도 공개되면서 10개국에서 1위를 하는 등 글로벌 콘텐츠로서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많지 않은 제작비로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높은 드라마가 됐다.

‘나쁜형사’ ‘돼지의 왕’ ‘황금주머니’ 등을 연출한 김대진 PD는 MBC에서 근무하다 매지니먼트와 제작을 겸하는 강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프리랜서 PD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헬스장 트레이너 같은 근육질 몸을 하고 나타났다.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닥터 차정숙’은 근래 드문 시청률을 올렸다.

▶제작발표회에서는 두 자리수만 나오게 해달라고 했다. 첫방 4.9%에서 20% 직전까지 가니까 무서웠다. 과연 그럴만한 드라마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많이 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공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지난해 10월 방송 예정이었다가 편성이 바뀌어 올 4월부터 방송됐다. 코로나로 집에 쭉 갇혀있다가 이제 외출이 자유로워졌다. 신중하게 머리를 쓰며 보는 드라마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 누워서 보다 한번씩 웃는 드라마가 필요했을텐데, ‘닥터 차정숙’은 대단한 건 없지만 한번씩 터트려준다. 그동안 코로나로 가족끼리 있으면서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런 걸 엄정화라는 배우가 역할로 잘 보여주었다. 엄정화가 인생을 잘 아니까 차정숙 인생과 겹쳐보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MBC에 근무할때 일일드라마 등 연속극을 자주 맡았다. 연속극을 더 이상 안하고 싶었지만, ‘덕터 차정숙’ 연출에 큰 도움이 됐다. 어떤 부분은 연속극 같고, 어떤 부분은 전혀 다른 느낌도 난다. 결과적으로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파악하기 쉽고 편한 드라마가 됐다.

-차정숙의 남편 서인호(김병철)는 불륜으로 욕을 먹을 수 있는 캐릭터인데.

▶김병철 배우에게 욕먹는 캐릭터임을 알려주면서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해줬다. 김병철 배우는 뻔한 연기를 하지 않았고 연기 스팩트럼이 매우 넓었다. ‘스카이캐슬’에서도 그런 장기가 발휘됐다.

김병철 배우의 대본리딩을 보면서 안심했다. 한번 재미 있다가 한번은 진지해지는 작가의 의도를 알지만 흐름이 들쑥날쑥해 엉망이 될 수도 있어 디폴트 값(기본 설정값)을 잘 잡아야 한다. 그런 능력이 있는 배우가 김병철이다. 코믹, 진지를 오갈 수 있다. 마치 피아노의 검은 건반 같은 존재다. 때로는 플랫, 때로는 샵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서인호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거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실제 우리 배우들의 캐스팅이 약하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배우들 대다수가 화제성 지수 10위안에 다 들었다. 최연소자인 소아린(최은서 역)부터 최연장자인 박준금 배우까지 연기구멍이 한 명도 없었다.

캐스팅 디렉터가 가져온 자료도 참조하지만 오디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소라 역의 조아람 배우는 그렇게 찾았다. 걸그룹 구구단을 탈퇴한 멤버로 연기로 방향을 잡았다. 대본을 읽어보게 했다. 조아람은 정말 열심히 했다. 레지던트인 정소라 역을 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사촌인 의사에게 자문을 구해오기도 했다. 재벌 치료 에피소드는 그 의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서정민(송지호 분)에게 소리치지만 웃는 건 해맑았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웃지 말라고 했다. 새로운 의사인 전소라(조아람)를 넣으니 중심이 잡혔다.

서정민 역을 맡은 송지호는 ‘비밀의 숲’에도 출연한 배우로 오디션을 볼 배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오디션에 진지하게 임했다.

-정여랑 작가의 시리즈물 데뷔작이라고 들었다.

▶맞다. 제가 MBC에 있을 때 드라마 기획팀에 계셨던 분이다. 임신, 육아도 거쳤고, 대본을 잘 쓸것 같았다. 그런 경험이 아무래도 드라마에 반영돼 있다. 차정숙이 독립을 해야 하는데 모성애가 작동하고, 환자도 딸을 혼자 키우는 엄마이며, 딸을 대신해 감옥을 가는 엄마 설정, 이런 게 작가의 그런 관심과 생각이 잘 반영된 거다.

-아쉬운 부분은 없나.

▶캐릭터나 서사에서 최승희(명세빈)만 유독 정보가 적다. 승희를 많이 다룰수록 시청자들은 불편할 수 있어 명세빈씨 분량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명세빈은 신마다 자신이 만들어, 빈 서사를 채워주었다. 연기 변신을 해야 하는 그는 욕 먹을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이해시켰다. 결국 ‘왜 아빠 없는 가정을 만들었냐’고 따지는 딸에게 ‘니가 많이 보고싶었어’라는 한줄로 승희를 설명했다. 엄마라면 자식이 뱃속에 있을 내내 궁금했을 거고, 그것 하나로 모든 걸 무릅쓰고 아기를 낳은 승희는 욕을 먹기도 했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부분도 생각하게 됐다. 그게 조금은 이뤄진 것 같다.

사실 시사회의 분위기가 별로 안좋았다. 가라앉은 분위기여서 저와 엄정화 배우가 조금 보완하면 괜찮아 질 거라고 출연자들을 다독였다. 당시 슈룹 김혜수, 일타스캔들 전도현, 퀸메이커 김희애, 대행사 이보영, 더 글로리 송혜교까지 모두 성공했다. 엄정화의 등판시기가 되면서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시청률이 많이 나와 안심했다. 방송이 나가고 시청률이 나오니 쫑파티를 다시 하자고 했다. 엄정화 배우는 요즘 ‘댄스가수유랑단’에서도 마음껏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롱런의 아이콘 엄정화의 역할도 컸을텐데

▶엄정화의 장점은 이타적이라는 것이다. 카리스카로 밀어붙이는게 아니다. 너도 잘되고 나도 잘되자는 윈윈 분위기다. 다른 배우들도 자신의 것만 따먹으려는 게 아니다. 선배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니, 후배들도 준비를 많이 해온다. 박준금 배우는 대본이 나오면 다 외워버린다. 젊은 배우들이 안할 수 없다.

-병원드라마는 드문 얘기는 아닌데.

▶의학 드라마로 봐주신 분도 있지만 저는 가족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수술방에서 승부가 나거나, 터닝포인트가 생기는 드라마가 아니다. 집안이건 다른 공간의 일들이어야 했다.

물론 병원을 무대로 하고 오랜 기간 주부로 살다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은 어리버리하다. 민폐녀의 소지가 있다. 병원에서는 3, 4월에는 병원에 가지 말아라는 말이 있다. 레지던트 1년차들이 널려있다고 병원에서 그러더라.

우리는 정숙을 어리버리를 설정했다. 의술은 부족하지만 환자를 마음으로 대하는 방식. 아줌마가 지닌 장점. 마음으로 걱정해준다. 그게 환자에게 보여준다면 가족물로 어필 할 것이다. 그것으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가족 부재의 회장님의 결핍을 정숙이 채워준다.(정숙은 아버지가 부재하다) 그런 생각으로 접근했다.

마음으로 대했던 의사와 마음으로 치료를 받게 된 환자. 정숙이 첫 환자를 대하면서 어느 정도 된 것 같았다. 의료 행위 하나 없이 저게 되냐는 말도 있었지만, 엄정화 배우가 수술을 잘하는 걸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MBC에 입사했다. 김종학 감독의 ‘여명의 눈동자’를 봤고, ‘다모‘ 조연출을 했으며, ‘베스트셀러극장’으로 입봉했다. 시대가 바뀌고 프리랜서 PD까지 왔다. 하지만 목표는 항상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거다.

‘전원일기’가 아직도 방송된다. 트렌드를 좇아가기 보다는 그 속의 인간관계를 본다. ‘스타워즈’도 막장극이다. ‘내가 너 애비다’라는 건 안변한다. 장르물을 하건 연속극을 하건 사람과의 관계가 잘 표현되면 언제든지 재밌게 할 수 있다. 배우들이 현장이 좋았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다. 회사에 가서 힘들게 하는 상사와 직원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하니까, 그런 면에서 좋은 의미다. 앞으로도 그렇게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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