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불가능한 미션이란 없는 '연기마술사'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3. 6. 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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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tvN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깔린 판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노는 배우가 좋아서일까. 최근 방송 중인 tvN 주말극 '이번 생도 잘 부탁해'(극본 최영림, 연출 이나정)와 주인공 신혜선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에서 신혜선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특히 신혜선은 어쩜 그렇게 야무진지 모르겠다. 가냘픈 몸에서 엄청난 내공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유려하면서도 강단 있는 말투가 허를 찌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신혜선이 극중 표현대로 자신에게 '입덕'하게 만들고 있다. 남자주인공 문서하(안보현)도, 팬들도 이미 그에게 푹 빠져들고 말았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이하 이생잘)는 환생을 거듭할 뿐 아니라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 신혜선이 그리는 현생(現生) 반지음은 무려 19회차 인생을 살고 있다. 수백 년에 걸쳐 다양한 인생을 산 덕분에 경험치도 지혜도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런 반지음이 인생 18회차 윤주원일 때 맺은 인연인 문서하 앞에 다시 나타나 저돌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불우한 가정에서 어렵게 살던 어린 시절 불현듯 전생이 떠오르며 서하를 다시 만나는 게 인생의 목표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전생의 각종 경험을 전부 끌어다가 동년배들과는 비교불가한 월등한 스펙을 쌓아서 누구나 탐내는 인재가 됐다. 이제 서하가 있는 회사에 당당히 입사했으니 눈앞에 있는 서하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서하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따위는 없다. 지음은 다양한 삶을 연거푸 산 덕분에 득도한 현자(賢者)나 다름없는 데다 바로 전생에서 어린 시절 서하를 잘 알고 지냈던 만큼 늘 여유만만, 결국엔 서하의 마음을 쟁취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심지어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하다. 신혜선의 사랑스러운 매력이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자신의 입으로 직접 그렇게 표현하는 능청스러운 모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진=tvN

서하는 주원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주원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런 서하에게 느닷없이 나타나 돌진하는 지음이 짐짓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음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지음의 전생이 주원인 줄 모르는 서하의 눈에도 지음이 자꾸 주원과 겹쳐 보이면서 점차 마음이 열리고 있다. 서하는 그런 지음을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팬들에게도 지음을 연기하고 있는 신혜선은 신기함 그 자체다. 아무리 판타지 소재가 익숙해진 안방극장이라고 해도 인생 N회차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그런 주인공을 믿게 만드는 건 결단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신혜선이 아주 천연덕스럽게, 그것도 너무나 잘 해내고 있다. 연기 내공이 대단하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어려운,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고시청률 45.1%를 기록하며 국민드라마가 된 '황금빛 내 인생'(2017)부터 어엿한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한 신혜선이지만, '학교2013'(2012)으로 데뷔해 이제 겨우 연기 인생 10년을 채웠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신혜선을 향한 놀라움은 더 커진다. 단역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까닭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너무도 탁월한 연기력이다.

게다가 유쾌하게 웃음꽃을 피우다가도 금세 돌변해 먹먹함을 전하며 능수능란하게 감정선에 변화를 주는 신혜선은 타고난 연기자다. 웃음도 주고, 감동도 주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은데 신혜선은 매회 그런 모습이다. 자신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을 그릴 때 유독 그렇다.

3회 말미에는 주원의 엄마(강명주)와 재회한 장면에서 홀로 부둥켜안고 엄마를 되뇌는 모습으로 '숨멎' 장면을 연출했다.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고 홀로 빙글빙글 도는 모습으로 깊은 슬픔과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화면에 담아냈다. 단연 '이번생'의 명장면으로 꼽힐만한 씬이다.

사진=tvN

신혜선은 인생의 목표가 선명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여정까지 쾌속인 지음의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인생 N회차의 경험으로 쌓은 재능이라지만 인생을 대하는 지음의 태도는 어쩐지 배우고 싶게 된다. 신혜선이 뿜어내는 긍정 에너지가 화면 밖을 뚫고 나와 시청자들에게까지 힘을 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신혜선이 돋보이는 건 '이생잘'이 그를 위해 잘 깔린 판이기 때문이다. 동명 웹툰 원작이 제공해주는 흥미로운 스토리부터 '쌈, 마이웨이', '좋아하면 울리는1', '마인'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이나정 PD의 연출이 신혜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대를 꾸며주고 있다.

여기에 아역배우 김시아와 박소이 등이 아이답지 않은 깊이 있는 연기로 인생 19회차 주인공의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전작인 '철인왕후'에서 남다른 케미를 보여준 차청화와도 재회해 흐뭇함을 더해주고 있다. 이보영 등 쟁쟁한 특별출연까지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생잘'을 통해 신혜선에게 입덕하게 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잘 펼쳐진 판에서 신혜선이 신명나게 끼를 부리고 있다. 그런 신혜선을 기분 좋게 바라보게 되고, 믿음이 공고해진다. 신혜선이라면 뭐든 잘 해낼 것만 같은 믿음이다. '이생잘'만큼이나 '다음 드라마도 잘 부탁해~'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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