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연명의료결정법 따라 숨진 환자 가운데 절반은 60세 이상 고령, 저소득층

김경은 기자 2023. 6. 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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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윤리적 이슈 분석 위해 코호트 연구 결과 발표
시간 지날수록 다양한 윤리적 이슈 도출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회색지대 대안 필요성 강조

최근 3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를 받고 숨진 환자 6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 고령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수준에서는 저소득층과 의료급여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왼쪽)과 유신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과 유신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가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년 동안 서울대병원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총 6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의 유보·중단의 결정 및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위원회는 연명의료결정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심의·자문·교육·상담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인과 환자가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팀이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한 결과, 인구학적 특성에서는 의뢰 환자 중 70대가 22.8%로 가장 많았다. 1세 이하 영아는 17.5%였다. 전체 표본 중 60세 이상 고령 환자가 56.1%로 의뢰율이 높았다. 사회경제적 수준에서는 저소득층이 47.4%, 의료급여 환자가 21.1%를 차지했다.

의뢰 당시 임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암성질환과 뇌혈관질환이 각각 2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호흡기질환(11.7%), 신경퇴행성질환(8.3%), 심장질환(8.3%)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사례의 80%는 중환자실에서 의뢰됐다.

연명의료결정법 상에서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에서만 연명의료를 유보 혹은 중단하는 결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의뢰 환자의 66.7%는 임종 과정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수의 사례에서 임종 과정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거나 의학적으로 불확실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의사결정 관련 특성에서는 의뢰 환자 90% 이상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26.7%의 환자들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 등 문서나 구두로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에 의뢰된 환자 중 40%의 경우에만 본인의 선호도나 중요시하는 가치를 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연명의료 결정에 있어 당사자의 선호와 가치가 핵심적 요소로 반영돼야 하는 부분이 결여된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추가적으로 총 60개 사례 중 가장 빈번히 나타난 윤리적 이슈 빈도를 분석한 결과, ‘치료 및 돌봄의 목표(78.3%)’였으며, 의사결정(75%), 관계(41.7%), 생애말기(31.7%)가 그 뒤를 이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첫해인 2018년에는 ‘치료 거부’와 ‘연명의료의 유보 및 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두 이슈의 비중은 감소했다. 대신 의사결정 능력,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 최선의 이익 등 다양하고 새로운 윤리적 문제들이 나타났다. 이는 임상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해석하는 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으며 윤리적 문제 인식과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임재준 공공부원장(전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임상윤리 지원 서비스의 체계화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행법 체계에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권고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며 “적절한 대리의사결정자가 없는 무연고자 등에서 환자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모여 고민한 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저자인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으나 아직도 임상 현장에는 임상적 불확실성이 높고 환자의 가치를 추정하기 어려우며, 다수의 사례에서 적절한 가족이 부재해 대리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윤리적 의사결정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결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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