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누수 다툼’ 이웃 살해한 30대 “술·우울증 겹쳐…나도 모르게 그만”

층간누수 문제로 다투던 이웃 7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모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6.19/뉴스1

서울 양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층간 누수 문제로 다투던 이웃을 살해한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살인·현주건조물방화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정모 씨를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정 씨는 이날 경찰서 앞에서 ‘층간 누수 탓에 범행을 저지른 게 맞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우울증이나 그런 게 너무 많이 겹쳤다”며 “(범행) 사실을 맨 처음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잘못됐다는 걸 느꼈나’는 질문에는 “맞다”고 했다.

정 씨는 “저지른 죄는 달게 받겠다”고 하면서도 범행을 계획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됐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정 씨는 14일 양천구 신월동의 3층짜리 다세대주택 2층에 살던 70대 여성 A 씨를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질렀다. 화재는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A 씨는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에게서 타살 흔적을 발견했고 주변에 흉기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후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같은 건물 3층에 사는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18일 오전 0시 22분경 강북구의 한 모텔에서 그를 검거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