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시, 민진당에 성폭력 관련 벌금 3800만원 부과

대만 ‘미투’의 도화선이 된 전 민진당 당원의 페이스북 게시물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당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90만 대만달러(약 3천8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자유시보, 타이완뉴스 등은 27일 타이베이시 노동국이 두 건의 민진당 내 성폭력 사건을 조사한 뒤 전날 남녀고용평등법 등 위반 혐의로 민진당에 90만 대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타이베이시 노동국은 이들 사건을 조사한 결과 민진당이 당내 성희롱을 예방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사후 대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진당이 물게 된 90만 대만달러는 민진당 1년 예산의 0.16%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라고 타이완뉴스는 전했다.

민진당은 최근 대만을 강타하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파문의 중심에 있다. 민진당에서는 지난달 31일 전 당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나도 성희롱 피해자’라는 폭로가 잇달았다.

피해 여성들이 당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한 후 묵살당하거나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성평등과 젠더 이슈를 중시해 온 민진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14일 발표된 대만민의기금회(TPOF)의 여론조사에서 민진당의 지지율은 지난달 31.1%에서 24.6%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일 TPOF 여론조사에서도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42.3%을 기록했다.

내년 1월 총선을 앞둔 민진당은 관리 책임자들의 보직 사임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의 조처를 약속했다.

---

☞ “이대로 놔두지 말자” 대만, 드라마가 촉발한 ‘미투’ 물결
     https://m.khan.co.kr/world/china/article/202306081155001#c2b

---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