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쫙 빼버린 유화…미술학교에선 가르쳐주지 않은 것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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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한 몸집의 사내가 머리에 새 한 마리를 태운 채 듬직한 뒤태를 보이며 걸어가고 있다.
작가 작업의 특징이라면 한눈에 꽂히는 간결함 속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풍성함.
독특한 화면은 '유화물감의 다른 사용'에서 나온다.
판화에 쓰는 룰렛으로 유화의 기름기를 쫙 빼버린 '크레용 같은' 질감을 만들고, 바탕과 형태를 수시로 지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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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교육 없이 생계형 작가로 11년간
3년 안된 '작가' 데뷔 뒤 한해에 100점씩
간결한 화면서 발견하는 '뜻밖의' 풍성함
형식·재료 구애없는 자유로운 서정 채워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퉁퉁한 몸집의 사내가 머리에 새 한 마리를 태운 채 듬직한 뒤태를 보이며 걸어가고 있다. 장이라도 본 건가. 검은 비닐봉지 밖으로 대파가 다리를 삐죽이 내밀었다. 밝은 배경이라 한낮 어느 때려니 하겠지만, 지금은 밤이다. 달도 떴고 별도 뜬 밤. 아마도 휴가지의 해변이지 싶다. 두줄 슬리퍼를 벗어던진 맨발이 하얀 모래에 푹푹 빠진 게 보이니.
단 한 장면뿐이지만 무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작품의 타이틀은 ‘집으로 가는 길’(2023). 작가 최우(40)의 눈과 붓이 만들어냈다. 작가 작업의 특징이라면 한눈에 꽂히는 간결함 속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풍성함. 생각은 열려 있고 표현은 자유롭다.
이런 붓질이 가능한 배경을, 화단은 작가가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데서 찾는 모양이다. 주제나 형식, 재료까지 어디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건데. 작가는 생계를 위해 11년간 오후에 출근, 새벽에 퇴근하는 직장생활과 그림을 병행했단다. 온전히 붓만 잡은 지는 불과 2년 6개월여, “신 내림 받은 듯 그려냈다”고 했다. 한 해에 100점씩 쏟아내는 식으로 말이다.
독특한 화면은 ‘유화물감의 다른 사용’에서 나온다. 판화에 쓰는 룰렛으로 유화의 기름기를 쫙 빼버린 ‘크레용 같은’ 질감을 만들고, 바탕과 형태를 수시로 지우기도 한다. 오브제를 사용한 듯, 서걱거리는 느낌은 덤이다.
7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개인전 ‘은하수 흐르는 사막을 찾아가다’에서 볼 수 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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