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소아과 대란 더 심각해진다" 현실로 닥친 병원의 위기

최란 2023. 6.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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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수많은 병원과 인프라가 구축된 서울에서 5세 오정욱 군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아과 대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5세 오군의 사망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의료 대란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5세 오군의 사망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의료 대란에 대해 조명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월 5일 오군은 수영장에 다녀온 후 고열과 기침이 시작돼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었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다음날 오군의 상태는 더 악화됐다. 6일 오군의 어머니의 신고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측에서는 "진료를 받으려면 4-5시간을 대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구급대원이 연락한 다른 6곳의 병원은 장시간 대기 또는 소아진료 불가를 이유로 오군을 받아 주지 않았다. 총 16차례의 통화 끝에 한 병원이 연결됐지만 병원측에서는 오군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후두염의 경우 진료는 가능하지만 입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시간이 넘도록 병원을 찾았던 가족은 해당 병원을 찾아 호흡기 치료만 받고 퇴원하였으나 다음 날 저녁 기침이 심해져 병원에 가기 전에 화장실에서 쓰러져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정욱이의 병명은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룹)'이었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은 감기 바이러스 감염을 통해 후두와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희소병이나 난치병이 아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은 감기 바이러스 감염을 통해 후두와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희소병이나 난치병이 아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의료 전문가들은 보통 4-5일 정도만 치료를 받으면 호전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결코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병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가야하는데 병원들이 다 '병상이 부족하다. 소아응급환자를 받지 않는다' 등의 사유를 달아 숨을 못 쉬어 서울에서 5살 아이가 사망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분노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이 사건의 본질이 '대한민국 소아의료체계의 붕괴'에 있다며 "정욱이 사건 당시 구급대가 연락한 10개의 병원 중에는 서울에 있는 소아 전문 응급센터가 3개 중 두 곳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 지역에서 소아 응급 상황의 마지노선의 역할을 하라고 한 병원인데도 그 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대선 전북 어린이 병원 원장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턱에 물이 여기까지 와 있다. 자칫 잘못하면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다"라며 소아과 대란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조대선 전북 어린이 병원 원장은 "턱에 물이 여기까지 와 있다. 자칫 잘못하면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다"라며 소아과 대란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해당 병원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총 6명이지만 여기서 25개의 소아 병상을 365일 24시간 책임지는 전문의 교수는 단 한 명이다.

소아청소년과 김현호 교수는 "2019년도부터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했다"며 매년 4명씩 모집해 총 12명이었던 전공의가 현재는 지원자가 줄어 매년 정원도 채우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일명 '전공의법'으로 주 80시간 이상 근무 조건이 추가되면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근무 피로도는 더욱 증가했다. 사람이 없다보니 한 명의 전문의가 72시간에서 최대 96시간 연속 근무를 하기도 하고 병원장까지 당직을 서야하는 구조가 됐다.

2023년 대한민국 전국 67개의 병원에서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에는 207명의 정원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단 33명에 불과했다. 2019년 80%였던 비율은 4년 사이에 16.6%까지 급감했다.

김찬기 전북대 소아청소년과 1년 차 전공의는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정신 나갔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후회는 없지만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은 2019년 80%였던 비율은 4년 사이에 16.6%까지 급감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김석주 M아동병원 전문의는 소아과 대란의 또 다른 원인을 꼬집었다. "코로나 시기 때 감염병을 주로 보는 소아청소년과이기 때문에 환자가 엄청 많이 줄었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직원도 많이 줄여서 긴축 경영을 했던 경향이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올해 3월 마스크를 벗고 단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기별로 유행했던 바이러스들이 한꺼번에 7~8개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중증 소아환자의 배후 진료를 맡았던 3차 종합병원이 무너지면서 2차 아동 전문 병원에도 경중증 위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의료인들은 앞으로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응급실에 소아청소년과 담당 의사가 없을 수 있다. 그러면 환자는 병원에 와서 그냥 누워있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 아예 처음부터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거고 응급실 뺑뺑이가 생기는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설명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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